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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의원은 지난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구시대의 막내가 아닌 새 시대의 맏형이 되겠다”고 했다. 만 50세·노동 정당 출신인 그 역시 누군가에게는 구시대의 막내로 느껴지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그는 “저는 586과 같이 한 적도 없고 따라간 적도 없으며, 눈치 본 적도 없다”며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 의원은 “새 시대는 반짝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구시대의 인식과 부딪히면서 등장하는 것”이라며 “국회의원을 하는 동안 당 주류·기득권과는 다르게 할 일을 하고 할 말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국면 등에서 공개적으로 당을 비판해 강성 지지자들에게 맹비난을 받았다. △유치원 3법 처리 △재벌개혁 △현대차 결함 리콜 △공매도 제도 개선도 박 의원이 내세우는 개혁 성과다.
4·7 재보궐 선거 패배 후 민주당의 쇄신 작업에 대해서도 박한 점수를 줬다. 송영길 대표 체제의 민주당은 부동산 세제를 수정하고 조국 전 장관 사태에 대해 사과하는 등 중도적 행보를 이어 왔다. 박 의원은 “쇄신을 잘하는지는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고, 이는 일부 여론조사로 나타난다”며 “우리는 열심히 쇄신하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국민의힘에 못 따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이준석 대표를 따라 하려고 20대와 30대 청년을 앞세우기만 하는 것은 따라 하기에 그칠 뿐”이라며 “그런 식으로 하면 우리는 2등밖에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선두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자신의 양강구도가 형성되는 것이야말로 민주당이 변했다는 것을 보여줄 기회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뻔한 구도에서 뻔한 인물로는 뻔하게 진다. 지금 상황에서 민주당에서 난리를 한 번 내 볼 사람이라면 바로 저”라며 “민주당 9명의 주자 중 유일하게 전직 당 대표와 총리, 전·현직 도지사 등의 경력이 없는 저야말로 새로운 인물로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는 구호는 ‘888 사회’다. 8시간 일하고, 8시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8시간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법인세·소득세 감세·7% 수익률의 국부펀드·인구 부총리 신설 등을 들고 나왔다. 박 의원은 “저출산·저성장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따라가겠다는 선언”이라며 “전쟁 치르듯 저출산·저성장과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 의원과의 일문일답.
-구시대의 막내가 아닌 새 시대의 맏형이 되겠다고 했다. 구시대를 막 내리게 할 무기가 있나.
△국민의힘도 낡은 정치인을 집에 보낸 것은 아니다. 새 얼굴이 새롭게 당을 대표하고 대변하는 것이다. 제가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되면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지금 분위기로는 대선 승리가 어렵지 않겠냐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지금의 뻔한 구도에서 뻔한 인물로는 뻔하게 진다. 민주당 9명 중에서 저 빼고는 모두 전직 총리와 당 대표, 전·현직 도지사다. 이 경력 중에 두 세 개는 쥐고 있는 분들이다. 이런 제가 시작도 하기 전에 이른바 ‘빅3(이재명 지사·이낙연 전 대표·정세균 전 총리)’ 구도를 깼다. 이런 변동성이 의미 있는 것 아닌가.
-누군가는 박 의원도 구시대의 막내라고 느낄 수도 있다.
△새 시대는 갑자기 반짝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구시대의 인식과 부딪히면서 등장하는 것이다. 저는 국회의원 하는 동안 할 일은 하고 할 말은 했다. 당 안에서 주류 기득권과 다르게 상식과 맞지 않는 일에는 쓴소리도 여러 차례 했다. (선배 정치인들이) 그렇게 하면 정치하면서 피해 보고 손해를 볼 것이라고 했지만 국민 상식에 아닌 것은 다시 못하게 하려고 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협박과 회유에 굴하지 않았고 삼성 총수의 부정과 불법을 지적했다. 공매도와 현대차 리콜도 마찬가지다. 저는 586과 같이 한 적도 없고, 따라간 적도 없다. 그들의 눈치를 본 적도 없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당에 쓴소리를 하면서 두려운 적은 없었나.
△머뭇거린 적도 있다. 하지만 자기 내부의 두려움과 망설임도 극복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바꾸겠나. 제가 조국 사태 때 ‘민주당이 이렇게 가면 다음 선거에서 진다, 국민들에게 버림 받는다’고 했을 때 문자 폭탄을 엄청나게 받았다. 하지만 그때 그런 말을 한 것이 당이 잘못되라고 한 것이 아니지 않나. 지금은 모두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나. 저는 대통령도 욕먹을 각오를 하고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박수받을 일만 하면 나라가 엉망이 될 수도 있다. 필요한 것은 하고, 그러다 보면 지지층의 반발을 얻을 수도 있다.
-재보선 후 민주당이 쇄신을 잘하고 있는 것으로 보나.
△국민의 판단이 일종의 여론조사로 나타난다. 우리는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국민의힘에 못 따라가고 있다. 그러나 저는 이준석 대표를 따라 하려고 20대 30대 청년만 앞세우고 하는 것은 오히려 따라 하기에 그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우리는 늘 이준석을 따라가는 2등밖에 못한다. 민주당엔 박용진이 있다. 가장 파격적인 후보가 누구인가. 민주당과 한국 정치를 이 모양으로 만든 다른 주자들이 당을 새롭게 대표한다고 말할 수 있겠나.
-‘이준석 열풍’과 ‘박성민 논란’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준석 대표는 10년 동안 구박도 받고 고생도 하면서 노력을 해서 당 대표를 거머쥔 것이다. 박성민 청와대 청년비서관 역시 대학생위원장과 대변인, 최고위원을 통해서 실력을 확인했다. 하지만 (청년들은) ‘박 비서관이 그 자리에 발탁될 만큼 실력을 보인 적이 있느냐’라고 묻는 것 같다. 청년들이 갖는 분노와 허탈감을 이해한다. 다른 청년들은 그런 기회를 갖지도 못한 측면이 있다.
-저출산·고령화를 극복할 수 있는 복안은.
△저출산·저성장은 어쩔 수 없이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추세라는 명제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강력히 저항해야 한다. 우리나라 인구가 2000만이 되면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이라는 말은 무능한 자들의 이야기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차르 수준의 권한을 갖는 인구 부총리를 임명할 것이다. 우리가 코로나19로부터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예산이 필요하고 전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야 하는지 봤지 않나. 국민들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데 이것이 전쟁과 코로나19 대확산과 뭐가 다른가. 죽기 살기로 싸워야 한다.
-이재명 지사를 경쟁자로 삼고 있지만, 다음 대선의 시대정신으로 ‘성장과 공정’을 꼽은 것은 공통점이다.
△그렇다. 이 지사와 저는 비슷한 점이 많다. 당내에서 비주류고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다. 기득권 세력에 대해서 단호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하지만 이 지사는 화합형과 소통형은 아니다. 적을 규정하고 밀고 나가려는 행정권력형 리더다. 저는 정치주의자다. 이 지사와 ‘맞짱’ 토론을 하게 되면 박용진과 이재명이 비슷하면서도 무엇이 다른지 보여줄 것이다. 특히 이 지사는 세금 걷어 나눠줄 생각만 한다. 전제는 저성장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없어지니까 기본소득을 준다는 것이다. 저성장인데 증세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저는 기업에 활력을 주기 위한 감세를 할 것이다. 경제 성장으로 세원을 확보하는 선순환을 이루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법인세를 감세하고, 일하는 사람을 위해선 소득세를 감세할 것이다. 평균적으로 3~4%포인트를 인하할 것이다. 부동산이나 금융 자산에 대한 감세는 하지 않을 것이다. 일하는 사람과 기업을 위한 감세다.
-보수진영에서 유력한 경쟁자를 꼽으신다면 누구인가.
△대선주자 중에선 유승민 전 의원이다. 그나마 말이 좀 통할 것 같다. 대한민국의 경제 문제를 두고 합리적인 토론이 가능할 것 같다. 윤석열 전 총장은 가지고 있는 정책 비전이 너무 없어서 토론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대선주자는 아니지만 김세연 전 의원과 오신환 전 의원도 있다. 비슷한 또래이고 말이 통하는 분들이다. 대한민국의 오늘과 미래에 대해 공감하는 바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