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때문에 싼 자취방 구했지만... 치안 걱정은

정주희 기자I 2020.03.13 00:30:26

자취촌 방범 불안 여전... 안전성 높은 곳은 월세 비싸
쉽고 싸지만 기능은 톡톡히 하는 방범용품 다양
원룸촌 중심으로 적극적인 순찰과 CCTV·가로등 설치 및 점검 필요

서울 한 대학가에서 자취를 했던 김승연(22세·가명)씨. 경기도에 사는 김씨는 통학시간만 왕복 4시간이 걸리는 탓에 자취생활을 택했다. 하지만 지난해 그는 섬짓한 경험을 했다. 잠을 청하기 위해 누운 김씨는 새벽에 누군가 자신의 집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고 심지어 문까지 열려고 한 소리를 들었다. 집을 헷갈렸던 탓이었는지 다행히 아무 일도 없었지만 당시만 생각하면 아직도 소름이 끼친다. 결국 그 사건으로 김씨는 자취생활을 청산하고 왕복 4시간이 넘는 통학시간을 감수하면서 가족이 있는 집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가 원룸촌 골목 (사진=스냅타임 지다은 기자)


치안 걱정은 되지만... 높은 월세 탓에 저렴한 방 찾아

대학가 원룸촌에 대한 방범문제가 여전히 논란이다. 과거보다는 좋아졌지만 지난해 신림동 원룸의 주거침입 사건 이후로도 서대문구·구로구 등 기타 지역에서 자취방의 취약한 방범을 노린 범죄들은 계속 일어났다.

자취생들로 구성된 한 인터넷 카페에는 '뉴스에 안 좋은 기사가 뜰 때마다 불안하다', '혼자사는게 무섭다', '이상한 사람이 너무 많다', '호신용품 하나씩 들고 다니고 싶다'라며 치안에 관한 글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임대료라는 현실때문에 대학생들은 조금 더 임대료가 저렴한 방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중개 사이트 다방에 따르면 대학에 다니는 자취생들이 밀집한 지하철 2호선 봉천역 인근의 원룸 평균 임대료는 보증금 500만원·월세 41만원이었다. 인근지역의 보안성이 높은 오피스텔의 경우에는 보증금 3000만원·월세 53만원으로 큰 차이를 나타냈다.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인근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보안성이 높은 오피스텔은 일반 원룸보다 평균 월세가 23만원이나 비싸다. 관리비도 최대 15만원 이상 차이가 나는 등 보안성이 높은 오피스텔의 경우 대학생들이 부담하기는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신촌역도 원룸 평균 월세는 보증금 500만원·월세 54만원이지만 신촌역 출구 근처 대로변에 있고 보안성도 높은 오피스텔은 월세가 36만원이나 비쌌다. 연간으로 따지면 432만원이 더 필요하다.

실제로 지난해 한 언론사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치솟는 주거비를 아끼기 위해 치안과 편의시설을 포기하는 20대의 비율이 10%를 차지했다.

창문틀에 설치해 창문이 일정 너비 이상 열리지 않도록 고정하는 창문 스토퍼 (사진=문고리닷컴)


창문 스토퍼·락힌지 등 추가 방범 대책 강구해야

이처럼 대학생들이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자취방 원룸 촌을 전전할 수밖에 없다면 자취방을 안심하고 편히 쉴 수 있는 곳으로 만들 방법은 없을까

가장 간단한 방법은 방범용품을 추가로 설치하는 것이다.

출입문 잠금장치의 경우 기본 설치된 도어락 말고도 추가적으로 설치하는 것이 좋다. 오래전 지어진 자취방의 현관문은 위, 아래에 있는 경첩 나사는 드라이버로도 풀리기 때문에 현관문 안쪽에 락힌지를 설치하면 밖에서 경첩을 해체해도 문을 빼낼 수 없다.

창문을 통해 외부로 누군가 들어오는 상황에 대해선 외부에서 강제로 여는 충격을 감지해 경고음이 울리는 윈도우벨로 대비 가능하다. 창문을 마음 놓고 열어두고 싶다면 창문틀에 창문 스토퍼를 설치하면 된다.

또 자취방이 지하나 저층에 있어 밖에서 누군가 쳐다보는 시선을 차단하고 싶다면 사생활 보호 가리개 통기맨을 설치하면 된다.

김 씨는 “‘방범’이라고 하면 비싼 보안 업체만 생각했었는데 2만 원 내외로 살 수 있는 방범용품이 있다면 다시 혼자 살게 되었을 때 쓸 것 같다”라고 답했다.

'경기도 안전귀가'앱을 실행 중 나타나는 화면(사진=App Store '경기도 안전귀가' 설명 캡처)


긴급한 상황에 대해선 지방자치단체가 제작한 방범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서울시가 만든 '서울시 안심이' 앱은 위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 스마트폰을 세게 흔들면 자치구 CCTV(폐쇄회로 텔레비전) 통합관제센터와 연결된다. 관제센터에서 긴급 상황을 파악하면 출동이 가능하도록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경기도에서 운영 중인 '경기도 안전귀가'앱은 미리 실행 해 놓으면 사용자의 GPS(위치 파악 시스템)정보가 등록된 보호자와 지자체 방범 CCTV센터에 전송되며 긴급버튼을 누르면 모니터링과 경찰 출동이 가능하다.

인천시에서 운영중인 '안심in' 역시 긴급도움요청 시 지자체에서 운영 중인 CCTV관제센터로 사용자의 위치를 전달한다. 그 뿐만 아니라 누군가 사용자를 따라오는 상황에서 통화하는 것처럼 통화화면을 표출하고 녹음된 음성을 재생해 주는 서비스도 제공중이다. 이 외에도 'SOS누르미-삼성화재 안전생활'앱으로 위험한 상황에서 경보음 기능을 사용 할 수 있다.

시스템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CCTV 설치 확대가 대표적이다.

지난 1월 경찰청과 건축도시공간 연구소가 발표한 ‘범죄예방 환경조성 시설기법 효과성 분석 연구’에 따르면 CCTV 설치장소 100m 이내에선 야간 5대 범죄(강도·절도·폭력·살인·성폭행)가 11%까지 줄어드는 등 가로등과 CCTV의 설치가 범죄율 감소로 이어진다고 발표했다.

서대문구는 연세대학교 인근 원룸주택 밀집 지역에 비상벨을 사용 할 수 있도록 비상벨 안내판과 집으로 들어가는 비밀번호를 누를 때 뒤에 누가 있는지 확인 할 수 있도록 미러시트를 설치하는 등 범죄 예방 안심 길을 조성하는 노력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인차원의 안전강화노력 뿐만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안전한 자취방을 위해 원룸 밀집 지역에 집중적인 순찰과 가로등· CCTV 설치 및 점검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냅타임 정주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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