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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수신, 다단계,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등 남을 속여 돈을 뜯어내는 진짜 사기꾼과 함께 빌린 돈을 갚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기꾼으로 몰린 억울한(?) 빚쟁이들도 늘고 있다.
사기죄가 연간 수십만건씩 발생하는 이유는 사기범 증가 외에 채무자의 손쉬운 고소 남용도 한몫을 하고 있다. 돈을 옆집 김씨에게 빌려줬는데 돈을 못 받아도, 물건을 샀는데 반품을 안 해줘도 사기죄로 고소한다. 개인 간에 민사소송을 통해 해결할 문제를 국가 형벌(징역, 벌금)로 처벌해 달라는 것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사기사건 기소율은 21.6%로 전체 형사사건 기소율(39.4%)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대부분 무혐의 사건이나 재판에 넘길 만한 사안이 아닌 사건도 사기죄로 고소했다는 방증이다.
사기죄 고소는 떼인 돈을 받아내는데 이어 민사소송에 비해 ‘값싸고 손쉬운 해결책’이다.
민사소송에서 돈을 돌려받으려면 채권자가 상대방 채무불이행을 증명해야 한다. 변호사나 법무사를 고용해야 하고 증거자료를 수집해 법원에 제시해야 한다.
사기죄로 고소하면 수사당국이 모든 일을 대신 처리해준다. 형사소송에서 패소해도 검찰과 경찰이 모아놓은 수사자료를 토대로 민사소송을 벌이면 된다.
사기죄 고소는 재판을 거치지 않고도 돈을 돌려받을 확률을 높인다. 고소가 접수돼 소환조사 대상이 되면 채무자는 위축된다. 채무자- 채권자 관계에서 채무자-국가간의 다툼으로 구도가 바뀌기 때문이다. “빌려서라도 갚으라”는 압박이 자연스레 이뤄진다. 사기죄 고소 남발로 인해 수사기관이 채권추심기관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고소를 하게 되면 상대방인 채무자를 손쉽게 괴롭힐 수 있고 채무불이행 증거를 수사당국에서 얻어낼 수 있고 잘 하면 합의도 볼 수 있다”며 “채권자 입장에선 당연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더 큰 문제는 채권자의 고소장 남발로 검·경의 수사역량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라며 “채무자 입장에서는 일시적인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사기죄로 감옥에 가거나 벌금을 맞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