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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007’ 시리즈는 막상 주인공 제임스 본드를 맡는 배우는 여러 번 바뀌었지만, 영화 속 마티니는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그 어떤 배우가 제임스 본드가 되든 마티니는 꼭 마셔야 하는 ‘필수 코스’인 것.
본드의 마티니는 킹스맨 에그시가 마시는 마티니와는 전혀 다르다. 본드는 마티니를 주문할 때 항상 이렇게 말한다.
“보드카 마티니, 젓지 말고 흔들어서.”
킹스맨의 마티니를 소개할 때 마티니는 진과 베르무트를 섞어 만든다고 했는데, 본드는 이 규칙부터 깨버린다. 진이 아닌 보드카를 베이스로 마티니를 만들어달라고 한 것이다.
게다가 본드는 마티니를 만드는 핵심 기법인 ‘휘젓기(stir)’마저 무시해버렸다. 주로 술과 주스처럼 잘 섞이지 않는 재료를 섞을 때 흔드는 기법을 이용하는데, 본드는 휘젓기가 필요한 마티니에서 과감하게 흔들기를 선택했다. 진보다 강한 술인 보드카를 베이스로 택했기 때문에, 흔드는 기법을 이용해 얼음을 녹이고 공기를 유입해 보드카를 좀 더 부드럽게 즐기겠다는 의도다.
이 마티니에서는 본드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항상 멋진 슈트를 차려입은 본드는 ‘완벽한 신사’와는 거리가 있다. 여자를 좋아하는 바람둥이에 농담을 즐긴다. 무엇보다 제임스 본드는 말 그대로 ‘터프카이’다. 강한 보드카를 이용해 자신만의 스타일로 새롭게 탄생한 마티니를 즐기는 모습이 곧 본드의 모습고 닮아 있는 것.
재미있는 것은 킹스맨의 에그시가 마티니를 주문할 때 굳이 “보드카가 아닌 진으로”라고 강조했다는 점이다. 감독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원조 스파이인 007 제임스 본드의 마티니를 의식한 것은 분명하다.
스파이의 대명사답게 본드의 마티니는 전세계 대부분의 바텐더들이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많은 바텐더들이 “본드 마티니를 주세요”라고 해도 보드카 마니티를 만들어준다는 얘기도 있다.
술은 마시는 사람의 성격과 취향을 나타낸다고 한다. 같은 마티니라도 007 본드의 마티니와 킹스맨 에그시의 마티니는 원료부터 만드는 방식까지 모두 다르다. 정통을 중시하는 남자의 마티니를 마셔보고 싶다면 킹스맨의 마티니를, 원조 스파이만의 독한 마티니를 원한다면 본드의 보드카 마티니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