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납과의 전쟁’ 서울시 38세금징수과 “끝까지 추적해 징수한다”

유재희 기자I 2014.10.14 06:52:19

임출빈 서울시 38세금징수과장 인터뷰
2001년 8월 출범 후 체납시세 징수액 6000억원 규모 달해
지방세 징수에 맞는 제도 개선 추진

[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서울 시세 체납액은 연평균 2500억~3000억원(체납률 약 3.2%) 규모로 발생합니다. 이 중 20%는 고의·상습적 체납액입니다. 고액·상습 체납자를 끝까지 추적해 징수함으로써 성실한 납세자를 보호하고, 조세정의를 구현하는 게 저희의 임무죠.”

서울시 38세금징수과는 지난 2001년 시세 체납 누적액이 1조원을 넘어서자 시의 재정확충과 재정 건전성 확보, 조세정의 구현을 위해 같은 해 8월 출범한 조직이다. 출범 이후 지난 8월까지 징수한 금액이 총 5994억원에 달한다. 38세금징수과의 ‘38’은 헌법 제38조에서 따왔다. 헌법 제38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납세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38세금징수과는 자치구에서 징수하지 못한 1000만원 이상의 고액체납을 이관받아 징수 활동을 하고 있다. 주요 대상은 고의부도·위장이혼·명의도용 등을 통한 재산은닉 체납자나 호화 생활을 하면서도 납세를 회피하는 고액·상습 체납자 등이다.

38세금징수과를 이끌고 있는 임출빈 과장(사진)은 고액·상습 체납자들의 재산은닉이나 체납 방법이 점점 교묘하고 치밀해진다며 혀를 내둘렀다.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위장 이혼을 한 후 강남의 고급아파트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는 체납자 정보를 입수, 가택 수색을 한 적이 있습니다. 오랜 시간 체납자를 찾지 못하다가 뒤늦게 세탁기 안에 숨어 있는 체납자를 발견했죠. 이후 바로 수억원의 세금을 내더군요.”

38세금징수과는 발로 뛰는 조직이다. 주간 현장 징수활동은 물론 야간과 휴일에도 특별근무를 한다. 은닉 재산을 찾기 위해 현장을 방문, 거주지 조사와 본인·친인척 보유재산 조사, 사업장 조사 등을 하고, 이후 재산 흐름이나 재산 형성 과정을 조사해 징수방법을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체납자들의 험한 욕설과 협박은 기본이다. 멱살 잡히는 일은 일쑤고, 체납자가 골프채를 휘두르는 일도 있다. 그러나 타협은 없다. 다만, 최근 임 과장에게는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세무직 공무원들의 사기 저하 문제다.

“저희가 하는 일은 고생하는 것에 비해 그 성과가 드러나지 않는 일이 대부분입니다. 지자체 세무직 공무원은 체납징수, 탈루세원 발굴 등을 통해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 세입증대에 크게 기여하고 있지만, 업무 특성상 승진이 3~4년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무직에 대한 인사상 배려 등이 필요합니다.”

한편, 시에서 세무통으로 통하는 임 과장은 징수 과정에서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을 느껴 다양한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현행 출입국관리법은 5000만원 이상 체납자에 대해 출국금지가 가능하게 돼 있습니다. 지방세 규모가 국세의 10%인 점을 고려하면 현행 국세와 동일하게 출국금지 대상 한도액을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지방세는 한도액을 1000만원 또는 3000만원으로 조정하는 내용의 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또한, 결손처리와 관련해서도 선택과 집중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징수할 수 있는 세금은 끝까지 추징하되, 실제 재산이 없고 어려운 시민에게는 결손처리 후 별도 관리가 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
임출빈(중앙) 서울시 38세금징수과장은 13일 조사관들과 함께 고액·상습 체납자 징수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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