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 기관장, 트럼프 대비 특명…“美 정책 심장부 워싱턴조직 키워라”

김형욱 기자I 2025.01.16 05:00:10

무역보험공사 워싱턴 지사 신설하고,
코트라 북미본부 뉴욕→워싱턴 이전
트럼프 신정부 통상정책에 쏠린 눈,
워싱턴발 정보 취합·전파…기회 모색도

[이데일리 김형욱 하상렬 기자] ‘워싱턴 D.C. 조직을 키워라.’

한국무역보험공사(이하 무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등 산업관료 출신이 이끄는 수출 지원 공공기관이 일제히 워싱턴 D.C.(이하 워싱턴) 거점 강화에 나섰다. 수출 지원기관은 대개 지금까진 미국 경제의 중심인 뉴욕이나 로스엔젤레스(LA) 등을 거점으로 삼았으나, 오는 20일(현지시간)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선 우리 대(對)미국 수출을 좌우할 각종 변수가 워싱턴으로부터 나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 거점 이동에 나선 것이다.

장영진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 사장이 15일 정부세종청사 인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워싱턴 지사 신설 계획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무보)
◇미국 경제·통상 정책 모니터링 강화

장영진 무보 사장은 15일 세종정부청사 인근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올 상반기 중 워싱턴에 지사를 신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보는 우리 수출기업에 무역보험을 제공하는 수출신용기관(ECA)으로서 현재 미국 경제 거점인 뉴욕과 LA 두 곳에 미국 지사를 운영해 왔는데, 여기에 워싱턴 지사를 추가한 것이다. 장 사장은 “우리 해외 지사가 현 채권추심 위주 업무에 그치지 않고 (우리 기업이 참여할 만한) 현지 프로젝트를 먼저 발굴해 기업과 공유하는 방식으로 그 역할을 확대하려 한다”며 “신설할 워싱턴 지사 역시 현지 수출 계약을 찾아내고 관리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트라 역시 연내 뉴욕에 있는 북미지역본부를 워싱턴으로 옮긴다. 코트라는 현재 워싱턴을 포함해 미국 내 10개 무역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 중심 거점을 워싱턴으로 바꾸는 것이다. 역시 트럼프 신정부 출범을 앞두고 앞서 예고한 자국 중심의 통상정책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워싱턴발로 우리 정부·기업에 필요한 정보를 발 빠르게 전파하는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다. 강경성 코트라 사장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무역관에서 열린 회의에서 “미국 신정부가 출범 초기 핵심 경제·통상 정책을 신속히 추진할 전망”이라며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현재도 워싱턴과 인근 버지니아 지역에 우리 공공기관 지사가 다수 있지만, 주로 미국 정치·외교 대응이나 정책 연구가 주목적이었다. 주미국대사관과 한국국방연구원(KIDA), 산업연구원(KIET),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현지 지사 면면이 이를 보여준다. 수출 관련 기관의 지사는 한국수출입은행(수은)과 코트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전부고, 이 역시 뉴욕 지사의 하위 사무소 성격이 강하다.

향후 트럼프 신정부 출범과 함께 워싱턴발로 우리 수출기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주요 경제·통상 정책이 나올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 기간 전 세계를 상대로 10~20%의 보편관세 부과 계획을 밝히며 우리 수출기업은 물론 전 세계 각국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앞선 미국 정부 정책에 부응해 대규모 현지 투자를 진행 중인 우리 기업들은 트럼프 신정부가 외국 기업의 현지 투자 인센티브를 축소할 수 있다는 우려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산업계의 모든 이목이 뉴욕이 아닌 워싱턴을 향하게 된 것이다.

◇장영진·강경성 등 전직 산업 관료 주도

이처럼 수출지원기관의 워싱턴행을 이끄는 건 트럼프 신정부 출범의 의미를 잘 이해하는 전직 산업 관료 출신 기관장들이다. 장영진 무보 사장은 제35회 행정고시(1991년) 합격 후 무보 사장으로 취임한 지난해 3월까지 줄곧 산업부에서 공직 생활을 이어 온 ‘산업통’이다. 취임 전까진 산업 정책을 총괄하는 1차관을 지낸 바 있다. 특히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주미 대사관 경제공사를 지낸 ‘미국통’이기도 하다. 지난해 11월부터 코트라를 이끌게 된 강경성 사장 역시 제29회 기술고시(1993년) 합격 후 줄곧 산업 관료로 일해오다가 재작년 2차관, 지난해 1차관을 거쳐 코트라 사장으로 부임했다.

이들은 트럼프 신정부의 자국 우선 경제·통상 정책이 우리 수출산업에 큰 리스크이지만, 반대로 우리 기업의 사업 수주나 진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지원 역할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트럼프 당선인은 조선산업 협력을 직접 언급한 바 있다. 무보는 이를 위해 올 한해 역대 최대 규모인 252조원의 무역보험을 운용할 계획이다. 우리 전체 수출액의 4분의 1에 이르는 규모다. 코트라 역시 에너지 운반선과 선박 유지·보수·정비(MRO) 같은 조선 산업이나 바이오 산업을 중심으로 우리 기업의 진출 기회를 모색한다.

강경성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운데) 사장이 이달 8일(현지시간) ‘CES 2025’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시저스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다.(사진=코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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