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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가 충분하더라도 ‘제로 마진’을 언제까지 가져갈 수 있느냐가 문제로 남는다. 정부는 시범사업 동안엔 우선 ‘제로 마진’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최저임금 수준으로 가격을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인증기관(필리핀 가사관리사 서비스 플랫폼) 2곳의 서비스 가격도 동일하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을 하루 4시간씩 주 5일 서비스를 이용하면 월 119만원만 내면 된다. 내국인 민간 가사관리사(월 152만원)보다 22% 저렴해 현재로선 가격 경쟁력이 있다. 그러나 필리핀 가사관리사를 고용하는 인증기관으로선 마진 없이 서비스를 지속하긴 어렵다. 서울 강남구의 원룸 건물에서 거주할 필리핀 가사관리사들 입장에서도 생활비가 빠듯할 수 있다. 정부와 서울시는 거주비와 식비는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와 서울시는 장기적으론 시장에서 가격이 책정될 문제라고 보고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국내에 체류 중인 내국인 유학생(D-2 비자)과 외국인 노동자의 배우자(F-3)에게도 가사·육아 노동시장을 개방할 예정이다. 오는 9월께 시범사업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가사근로자법을 적용받지 않는 사적 계약 방식이라는 점이다. 최저임금 미만의 비용을 지급해 수요자의 돌봄 비용 부담을 덜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노동 사각지대’를 정부가 확대하는 꼴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사적 계약은 그 자체로 위험도가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양난주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돌봄 노동은 사용인과 노동자에 대한 신원을 확실히 보장할 수 있어야 하고 이에 대한 모니터링을 제3자가 반드시 해야 사고가 나지 않는다”며 “돌봄 노동시장에서 사인(私人) 간 계약은 그래서 위험하고, 제3자가 개입하는 순간 사적 계약이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시범사업을 수행할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은 다음달 6일 입국한다. 입국 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16시간 동안 E-9 외국인 교육을 받은 뒤 전국고용서비스협회에서 144시간 별도 교육을 추가로 받게 된다. 협회 관계자는 “한국문화, 한국어는 물론 가사 및 돌봄 실습 등 필리핀 가사관리사를 위한 맞춤형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