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타 대상선정부터 심사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돼 온 걸림돌이 해소된다는 점에서 과학계는 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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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과학계에 따르면 정부가 다음 달 9일 국가재정전략회의를 개최할 예정인 가운데 이 같은 예타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획재정부는 앞서 설명자료를 통해 “R&D 제도개편 관련 세부내용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라고 했지만, 검토 중인 내용까지 부정하지 않았다.
예타 금액을 현행 500억원 이상에서 1000억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방안이 경우 기재부와 과기정통부 등 관계부처와 여야가 재작년 9월부터 논의하며 합의했던 사안이다.
예타는 공공사업의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지난 1999년 도입이 시작됐다. 기재부 장관이 과기정통부 장관에게 위탁해 실시하는 사전적인 타당성 검증·평가 절차로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운영하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조사를 수행한다.
그런데 예타 면제 대상 금액이 낮아 소규모 사업이나 단기 사업들을 남발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물가상승분을 고려하더라도 금액 상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또, 양자, 인공지능 등 첨단 과학기술이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예타 시간이 1년이 넘게 걸려 글로벌 속도전에서 밀릴 수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과학기술과 정책에서의 타당성 외에 경제적 타당성을 고려하다 보니 원천·기반 기술이라는 과학기술 R&D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러한 예타 제도 개선 필요성에 관계부처, 국회 등에서 공감대가 형성됐고, 금액 상향안을 중심으로 국회 의결이 추진돼 왔다. 이종배 의원(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예타 대상 금액을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상향하는 법안이 지난해 발의돼 소관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 소위 문턱까지 넘었지만, 국회 본회의 문턱은 넘지 못했다.
21대 국회 마지막인 5월 중에 통과될 수 있을까. 이종배 의원실 관계자는 “예전부터 도입된 제도인데 그간 확대되지 않았고 사업들이 규모가 커지는 게 현실인 상황에서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라며 “이번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도록 힘을 쓰고, 안돼도 다음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재발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부처에서도 이번 국회 통과를 기대하는 분위기이나 현실적인 어려움도 감지된다. 이상윤 과기정통부 성과평가정책국장은 “국회에서 법을 개정해줘야 하는 사안으로 다음 국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라고 했다.
연구현장에서는 금액 상향을 넘어 폐지까지 기대하는 분위기다. 가령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은 900억원 규모의 예타를 통과했지만 예타까지 시간이 지체됐고, 그새 높아진 하드웨어 가격으로 사업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5월 9일께 국가재정전략회의 개최가 예상되는 가운데 예타 폐지까지 추진될 경우 빠르게 최첨단 장비를 구축해 연구개발을 해나갈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선 정부의 예타 완화 방침에 대해 조심스러운 시각도 있다. 대형 사업 예산에 대한 기획 부실과 재정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관계자는 “연구자분들은 장애물이 하나 없어지니 좋을 수도 있지만, 통과시켜주면 기획이 부실해지거나 국가 재정 한계상 우선순위를 가리기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예타가 상향을 넘어 폐지까지 가더라도 평가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등 제도적 보완 장치도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