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철도공사는 지난 29일부터 사흘간 추석 승차권 예매를 진행했다. 29일은 만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온라인과 전화 접수를 통한 예매를 먼저 진행했고, 30~31일은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온라인 예매를 실시했다.
지난 30일에 이어 31일에도 오전 7시를 기해 열리는 예매 페이지를 놓고 ‘대국민 티켓팅’이라는 표현이 나왔다. 예매에 참여한 이들은 “7시 1분에만 들어가도 내 앞의 대기인원이 1만명대에 달했다”, “수강신청을 전 국민과 대결하는 기분”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특히 PC와 모바일 사용이 어려운 고령층 등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지난 2020년부터 명절 기차표는 전면 비대면 예매가 이뤄지게 됐으며, ‘엔데믹 선언’ 이후인 올해 추석에도 비대면 예매가 유지됐기 때문이다. 노씨는 “2030들도 명절 표 잡기에 실패해서 본가에 돌아가는 일정을 바꾸거나, 돌아가는 계획 자체를 취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키오스크도 어려워하는 노인들에게는 힘든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고령층은 기차표는 물론, 버스 등 각종 교통수단 예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20 노인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정보화 기기를 통해 기차와 고속·시외버스 예매 경험이 있는 이들 중 35.7%는 ‘불편하다’, 24.7%는 ‘매우 불편하다’고 답해 불편을 느끼는 이들의 비율이 60%를 넘었다. 특히 연령이 높아지거나, 혼자 살수록 불편함을 느낀다는 비율이 올라가는 양상을 보였다. 이 조사에 참여한 노인 중 74.1%는 ‘정보 제공 서비스가 온라인과 인터넷 중심이어서 이용하기 어렵다’고 답하는 등 최근 변화된 사회에 답답함을 호소하는 노인들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노인들은 ‘믿을 것은 가족’뿐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경북 영주시에 사는 A(78)씨는 “스마트폰이 있어도 손이 느리다고 생각하니 결국 손녀에게 부탁하게 됐다”고 말했고, 충북 청주시에 사는 연모(81)씨 역시 “손자·손녀들도 바쁠 텐데 괜히 (열차표 예매를) 부탁하는 대신 고속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국철도공사는 일반 예매 하루 전에 노인과 장애인 등에 수량 제한 없이 예매를 먼저 실시해 불편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철도공사 관계자는 “온라인 예매가 어려운 경우 전화를 통해 예매가 가능함을 홍보하고 있다”며 “2020년 이래 계속 비대면으로 진행해왔는데 향후 다시 대면 예약을 진행할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본권의 차원에서의 디지털 접근권을 생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하루 전에 미리 예매 권한을 준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디지털 장벽’을 느끼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며 “최소한의 오프라인 창구를 마련해놓고, 보장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