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검찰에 따르면, 올해 1~2월에만 검거된 마약사범은 2600명으로 전년 동기(1964명) 대비 32.4% 늘었다. 지난해 검거된 마약사범은 총 1만8395명으로 역대 최다였는데, 올해는 작년보다도 크게 는 것이다. 압수한 마약량도 2017년 154kg에서 재작년 1295kg으로 5년 사이 8배 급증했다.
◇저소득·빈부격차에 좌절했다가…마약의 ‘수익’에 중독되다
이처럼 마약범죄가 급증한 원인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는 가운데, 유숙경 조선대 정책대학원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는 ‘마약 밀매자의 마약 밀매 경험에 대한 사례연구’ 논문에서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심화된 소득격차가 마약 밀매 범죄에 진입하는 주요한 동기가 된다고 분석했다. 벌이가 마땅치 않은 마약 밀매 사범들에게 고수익을 보장하는 마약 밀매는 생계유지 및 신분 상승 수단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강했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8~11년간 마약을 밀매했다가 지금은 손을 뗀 연구대상자 5명을 상대로 심층 면접을 진행했다. 이들이 수사기관에 붙잡힐 위험성을 알면서도 마약 밀매 범죄에 뛰어든 이유는 위험 부담을 상쇄할 정도로 막대한 이익이 보장됐기 때문이었다.
연구대상자들은 1명을 제외하고 모두 고졸 이하 학력에 생계 곤란을 겪었다. 이들은 일반적인 노동으로는 사회적·경제적 성공을 거두기 어렵고 부익부빈익빈 구조를 탈출할 수 없다는 좌절감을 느끼다가, 우연히 발을 담근 마약 밀매를 성공의 수단으로 인식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연구대상자는 마약은 원료 제조에서 최종소비자에 이르기까지 약 500배의 이익이 발생하며, 밀매 사범들은 단기간에 막대한 이익을 챙기면서 성실과 근면의 중요성을 잃어버리고 유통 행위 자체에 중독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은 붕괴한 경제와 극심한 소득격차 때문에 마약 밀매가 일반적인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필리핀, 멕시코, 콜롬비아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최근에도 유사한 사례가 적발됐다. 청주지검은 지난해 2월부터 1년간 외국인 근로자 마약류 밀수 사범을 10명 적발한 가운데, 이들은 급여보다 높은 수익에 혹해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국인 근로자의 평균 월급은 200만원인 데 반해 마약류는 한 번 운반하기만 해도 수당이 400만원~2000만원에 달해 범행에 가담하는 주된 동기가 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태국 현지에서 1100원에 파는 마약류를 국내에서 10만원에 판매하며 100배의 수익을 챙겼다.
유 교수는 “사회 구성원이 성실함과 근면성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잃으면 범죄 등 부당한 방법으로 성공하려는 성향이 강해진다”며 “경제 상황 등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마약범죄 확산에 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짚었다.
◇검찰에 붙잡혀도 공급루트는 침묵…‘출소뒤 유일한 돈벌이니까...’
이처럼 밀매 사범들에게 마약은 중요한 수익원이자 신분 상승 수단인 만큼, 마약을 공급하는 ‘상선(윗줄)’과의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고강도 수사를 받아도 상선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다물었고 이는 수사기관이 마약 유통의 ‘뿌리’를 추적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됐다.
이는 밀매 사범들이 의리를 지키려는 것이 아니라 출소한 후에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 마약 밀매 외에는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상선의 수는 드문데다 매우 은밀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새로운 상선을 접촉·구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반대로 관계 유지에 공들일 이유가 없는 동급의 밀매 사범이나, 소비자들에 대해서는 배신과 폭로가 다반사인 불신 관계다. 이에 밀매 사범들은 자신의 흔적을 숨기려 기본적으로 대포폰을 사용하고, 거주지도 수시로 옮긴다. 또한 언제든 수사기관에 체포될 수 있다는 걱정에 시달리는 탓에 분산된 장소에 현금을 은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는 이익 안된다” 엄포한 검찰총장 ‘위험 대비 고수익’ 구조 깬다
한편 마약 유통이 더 이상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치달은 것 아니냐는 국민적 우려가 커지자 검찰·경찰·관세청 등은 유관기관 협의회를 열고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하기로 했다. 853명의 전담인력이 투입되는 특별수사본부는 확산일로인 마약 유통 차단과 마약청정국 지위 회복을 핵심 목표로 내건 가운데, 밀매 범죄 진입 동기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수익 환수방안 마련에 방점을 찍고 있다.
최근 ‘강남 마약 음료’ 사태가 파장을 일으키자 윤석열 대통령은 “검·경은 마약의 유통·판매 조직을 뿌리 뽑고 범죄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하라”고 당부했다. 취임 일성부터 “범죄는 이익이 안 된다는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원석 검찰총장 역시 일선 청에 밀매 수익의 철저한 환수를 거듭 지시했다.
특별수사본부는 부동산, 동산, 예금, 가상화폐 등 마약 밀매로 취득한 수익을 철저하게 추적하고 특별법(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관한 특례법)을 적용해 완전 박탈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아울러 마약 밀매 사범에게는 ‘범죄단체죄’를 적용해 무거운 형량을 구형할 계획이다. 범죄단체죄가 적용되면 일반적으로 형량이 2배가량 무거워지고 범죄수익 환수도 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