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6억원대 아파트를 알아봤는데 연봉 6000만원으로 40년 최장 만기(금리 4.5%)로 해도 대출 한도가 2억3000만원 수준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미 5000만원 신용대출이 있는 상태에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제한으로 대출 한도가 확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A씨의 고민은 얼마 안돼 해결됐다. 은행 직원이 DSR을 적용받지 않는 특례보금자리론 상품이 있다는 것을 알려줬기 때문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은 DSR 규제를 받지 않아을 보지 않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만 고려하기 때문에 A씨의 경우 최대 4억2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금리도 시중은행보다는 조금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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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정부가 특례보금자리론을 내놓으며 대출상품 갈아타는 수요가 늘고 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시중은행 상품과 다르게 일단 DSR을 보지 않아 기존 주택담보대출보다 대출금액이 많이 나온다는 것이 장점이다. DTI만 넉넉하다면 최대 5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은 차주들의 금리부담 경감을 위해 특례보금자리론을 올해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한다. 특례보금자리론은 기존 정부가 운영하던 정책모기지 상품인 보금자리론의 확대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기존 보금자리론이 소득 7000만원 이하의 조건이 있었다면 특례보금자리론은 소득요건이 없다. 주택가격 요건도 시가 6억원에서 9억원 이하로 넓어졌고 대출한도는 최대 3억6000만원에서 5억원 확대됐다.
기존 보금자리론에 비해 대출 대상자 범위와 대출규모가 크게 넓어졌다는 의미다. 신규 주택구매자는 물론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로 갈아타려는 차주, 담보물건에 대한 임차보증금 반환목적 주담대(보전용) 모두 이용할 수 있다.
특례보금자리론이 기존 은행들의 주담대보다 얼마나 차주에게 유리할까. 일단 특례보금자리론은 기존 은행 대출보다 대출금을 더 받을 수 있다. 직장인이 은행 대출을 받을 때 가장 큰 걸림돌은 DSR이다. DSR이란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의 소득 대비 전체 금융부채의 원리금 상환액 비율을 말하는 것이다. 연간 총부채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눠 산출한다.
현재 은행권 기준으로 총 대출 1억원이 넘는 차주는 DSR 40%를 넘지 못하도록 적용받고 있다. 앞서 사례로 든 A씨의 경우 연봉이 6000만원이고 연 금리 5%의 신용대출 5000만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미 A씨의 DSR은 19%에 도달했다. A씨가 4.5% 금리로 40년만기 주담대를 받더라도 최대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2억300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특례보금자리론을 받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특례보금자리론은 DSR을 보지 않고 LTV 70%와 DTI 60%를 적용한다. A씨 사례에 적용하면 LTV 70%시 4억2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DTI는 29.9%로 충분한 상태다. 주택가격이 7억2000만원을 넘어선다면 특례보금자리론 최대 대출금액인 5억원까지도 대출이 가능해진다.
금리는 정책모기지 상품치고는 다소 높은 편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의 금리는 우대형(주택가격 6억원 이하·부부합산소득 1억원 이하)은 연 4.15~4.45%, 일반형은 연 4.25~4.55%다. 우대금리를 받게 되면 우대형은 3.25~3.55%, 일반형은 4.15~4.45%로 낮아진다.
다만 현재 고금리 국면에서 일선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2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변동형 6개월 금리는 4.53~6.39%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대출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지만 기준금리가 여전히 높은 상태여서 당분간 극적인 하락세를 기대하긴 힘들다.
◇3억 대출이자, 1억7000만원 vs 2억49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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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례보금자리의 경우 총 대출이자는 1억7000만원 가량으로 원금의 56% 정도 수준이다. 한 달에 갚아야 할 원리금은 130만6000원이다.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면 총 대출이자는 2억4900만원으로 특례보금자리론보다 8000만원 정도나 많다. 한달 1회차 상환금도 152만5000원으로 20만원 이상 높다.
연봉 6000만원인 A씨의 기준으로 했을 때 월급이 약 420만원이라고 했을 때 원리금 상환 부담은 크게 달라진다. 대출금리뿐만 아니라 고물가 상황에서 생활비 부담이 커진 만큼 한 달 수십만원의 원리금 차이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한가지 고려해야 할 점은 우대금리다. 특례보금자리론에서 우대금리를 모두 다 받아야 3%대 초반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대형의 경우 우대금리 조건이 저소득청년, 사회배려층(한부모, 장애인, 다문화·다가구자녀 등), 신혼가구, 미분양주택 등인데 일반 직장인이 모든 우대조건을 받아 최저금리를 적용키는 사실상 쉽지 않다.
그럼에도 중도상환수수료가 없다는 점, 신용대출이 있더라도 주담대 대출이 가능하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영끌(영혼까지 모아 대출)’을 생각해 집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에게는 현재 기준으로 가장 매력적인 상품이라는 평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한도가 시중은행보다 더 나오기 때문에 원리금을 갚을 능력이 된다면 특례보금자리론이 집 구매를 위한 가장 최적의 대안일 것”이라며 “만약 은행권 금리가 떨어져서 갈아탄다고 해도 중도상환 수수료가 무료고 최근엔 DSR 규제 완화 조짐도 보여 고려해 볼만한 상품”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