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엔데믹 전환점 - 출근이 사라진다①>
회사 출근 아닌 '리모트 워크' 도입..일하는 방식의 혁신
IT·스타트업 이외 CJ·네이버·LG엔솔·SSG 등 대기업도 도입
"업무 생산성 향상" VS "직장내 유대관계 악화 우려" 이견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 전환 이후 2년간 진행된 재택근무가 속속 끝나고 직장인들이 다시 회사로 출근하고 있지만 여전히 ‘리모트(원격) 워크’ 제도를 유지하는 기업들이 많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본사 출근’ 개념을 없애거나 직원들을 휴가지로 보내 원격근무를 하도록 하는 ‘워케이션(work+vacation)’ 같은 파격적인 근무 문화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팬데믹을 거치며 ‘출근하지 않아도 일이 되더라’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이른바 ‘일하는 방식의 혁신’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 ▲19일 티몬 피플실에서 일하는 조승현(37)씨가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마을회관 내 공유오피스 ‘질그랭이구좌 거점센터’에서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티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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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 CBRE의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기간 글로벌 기업 86%가 재택근무와 원격근무를 도입했고 조사에 참여한 기업 61%는 ‘코로나 이후에도 이러한 업무 환경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 리모트 워크를 도입한 기업은 스타트업이나 IT 플랫폼 기업뿐만이 아니다. CJ, 네이버 등 유수의 대기업들도 엔데믹 이후 근무 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일하는 방식의 거대한 변화가 눈앞에 온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 ▲CJ그룹 임직원들이 거점 오피스 ‘CJ 워크온 일산’에서 근무하고 있다. (사진=CJ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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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CJ그룹은 서울 용산·중구, 경기 고양시에 거점 오피스를 마련해 본인이 일하고 싶은 가까운 장소에서 근무토록 했다. 네이버는 7월부터 반기에 한 번씩 진행 중인 프로젝트 상황 등을 고려해 주 ‘3일 이상 사무실 출근’ 또는 ‘전면 원격근무’를 자율 선택하도록 했다. SSG닷컴은 현재 코로나19 주2회 재택근무제를 신세계그룹 내에서 유일하게 유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임직원들에게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36곳의 공유오피스를 24시간 연중무휴 사무실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업무 혁신을 꾀했다.
| ▲공유 오피스 ‘위워크’ 여의도역점 메인 라운지 모습. (사진=위워크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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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을 거치며 리모트 워크를 해도 생산성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분위기가 기업과 직원들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은 특히 직원 사기 증진 및 사내 고정비용(커피, 차, 용지) 절감 등 효과가 크다고 보고 있다. 직원들은 상사와 대면하는 스트레스, 강제 회식 등이 없어 오히려 근무 효율이 좋아진다고 입을 모은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근무체계 개편 당시 “전면 재택근무가 생산성과 업무 협업 측면에서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개인에게 선택지를 주는 게 가장 최적의 업무 방식”이라고 말한 바 있다.
| ▲공유 오피스 ‘패스트파이브’ 서초점 입주자들이 공용 주방 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패스트파이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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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 더 나아가 ‘리모트 워크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워케이션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티몬의 경우 최근 3명의 직원을 선발해 제주에서의 워케이션 실험에 나섰으며 성과에 따라 인원과 기간을 더 늘릴 예정이다. 기업들이 워케이션을 확대할 경우 인구감소에 따른 경제활동 인구 감소를 극복할 수 있는데다 지역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도 크다. 실제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 지자체장 후보는 본인의 출마 지역을 ‘워케이션 실리콘밸리’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한편 제조업이나 요식업처럼 현장 근무 문화가 강한 기업들은 새로운 근무 방식 도입에 아직 부정적인 곳도 많다. 사무직과 현장직 간 위화감을 조성하며 전통적인 직장 내 유대감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일부 플랫폼 기업, 일부 대기업에 한정해 리모트 워크가 이뤄지고 있지만 업계 선도 기업들이 이를 정착시키는 분위기로 간다면 중소기업·중견기업도 동참할 수 있다”며 “특히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을 중시하는 MZ세대가 리모트 워크를 회사 선택에 중요 요소로 삼는다면 기업들이 이 추세를 따라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