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충남 부여에서 만난 김대남 꿈에영농조합법인(꿈에영농) 대표는 지금까지 밀가루에 대한 오해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랜 기간 배를 타고 먼 나라에서 들어오는 수입산 밀과 달리 국산 밀은 신속한 유통이 가능해 품질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부여를 국내에서 손꼽히는 ‘밀 생산단지’로 만들겠다는 김 대표는 천안호두과자 납품을 넘어 국산 밀을 활용한 국수 사업도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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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설립한 꿈에영농은 초기 쌀농사를 주로 짓다가 뒤늦게 밀 농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농민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김 대표는 직장 생활 중 2008년 귀농을 결정했다. 그는 “축산과 농사 중에 고민하던 중 밀 분야 성장 가능성에 매료돼 밀과 쌀·보리 농사를 함께 짓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산 밀 산업 환경은 녹록지 않은 편이다. 자유무역협정(FTA) 시대를 맞아 수입산 곡물이 대거 밀려오자 국내 자급률은 크게 떨어진 상태다. 이 중에서도 밀의 경우 2019년 기준 자급률은 1% 남짓에 불과하다.
쌀 등 전반적인 양곡 소비량 감소 추세에서 밀 소비량은 1991년 31kg에서 2018년 32kg으로 오히려 늘었다. 빵이나 면류 소비가 늘어난 영향이다. 문제는원료인 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산 밀의 저조한 자급률은 판로가 없기 때문이라는 게 김 대표의 판단이다. 김 대표는 “밀 농사를 지어 납품하려고 해도 국산 밀을 쓰는 납품처가 없어 판매에 애를 먹곤 했다”며 “유통업체나 음식점 등은 국산보다 가격이 절반 수준으로 낮은 수입산 밀만 선호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 역시 초반엔 시행착오를 겪었다. 붉은곰팡이병이라는 병충해에 시달리기도 했다. 다행히 천안지역 호두과자업체에 국산 밀을 공급하는 천안밀영농조합법인(대표 이종민)을 만나면서 판로를 확보할 수 있었다.
지난해 기준 꿈에영농의 밀 생산량은 95t인데 전량 이곳에 납품하고 있다. “국산 밀에 대해 항상 연구하고 제품 개발에 모색하는 이종민 대표의 열정이 뜨겁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꿈에영농에는 22개의 농가가 참여하고 있으며 40~50대의 젊은 농민들이 대부분이다. 생산면적은 지난해 기준 14.5ha 규모다. 김 대표는 최근 밀과 보리 전용 도정시설을 갖춘 공장을 세우기도 했다.
김 대표는 국산 밀 품종의 우수성을 활용한 새로운 산업도 준비 중이다. 그는 “국산 밀로 국수를 끓이면 서너 시간이 지나도 면발이 불지 않고 탱탱함을 유지한다”며 “국수 관련 특허를 내고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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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밀에 대한 정부의 정책 지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제1차(2021~2025년) 밀 산업 육성 기본계획’을 통해 밀 자급률을 2025년 5%, 2030년 10%까지 높이겠다고 밝혔다.
국산 밀 재배면적을 현재 5000ha에서 2025년 3만ha까지 늘리고 심층 컨설팅과 지원 사업 우대 등을 적용할 예정이다. 꿈에영농 역시 국산 밀 생산단지 경영체육성 사업을 통해 컨설팅을 받고 있다. 김 대표도 밀 농사를 지으려는 초보 농민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산 밀을 쓸 판로 확보라는 게 김 대표의 지적이다. 그는 “정부 수매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판매처와 유통망을 넓혀야 한다”며 “판로는 부진한데 모두 생산에 뛰어들면 곧 공급 과잉을 빚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도 계약재배금 지원 등을 통해 2025년까지 계약재배물량을 전체 생산량의 10%(1만2000t)까지 확대해 안정적 생산을 지원키로 했다. 시장 조사와 업계 의견 수렴을 통해 국산 밀의 주력 소비품목을 선정해 대중화할 계획이다.
FTA의 국내 보완대책을 통한 농가 조직화 등 체질 개선 방안을 진행하고 있다. 국산 곡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종자 개발 등 연구개발(R&D)도 추진 중이다.
김 대표는 밀 농사를 준비하는 농민에게 “밀 산업에 대한 확신과 의지가 있다면 2~3년만 노력하면 품질이 고른 밀을 생산할 수 있다”며 “생산뿐 아니라 납품처 등 판로 우선 확보 등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제작 지원: 2021년 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