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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여러 중·고등학교가 교육당국의 학생 선수 집합훈련 금지 방침에도 학교 내 단체 훈련은 물론 합숙까지 진행하고 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등교중지 방침과 거리가 멀 뿐 아니라 운동으로 인해 신체접촉과 땀, 침을 통한 감염에 학생들이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당국 관리는 사실상 제보·민원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단체훈련 금지` 당국 방침과 달리 20~30명 훈련
19일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학교 운동부는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등교 개학 전까지 외부에서든 학교에서든 집합 훈련을 진행할 수 없다. 다만 시도교육청과 학교장에 따라 학교 시설 외에 훈련 공간이 부족한 학생에 대해서는 철저히 제한된 조건 하에서만 학교에서 개별 자율 훈련을 허용하고 있다. 학생 간 충분히 거리를 둘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사전 방역과 마스크 착용 등 예방조치를 해야 한다. 훈련도 과도해선 안된다.
하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평소와 크게 다를 바 없이 단체 훈련은 물론 합숙까지 진행하고 있다. 16일 서울 A고 야구부 소속 학생 20여명은 학교 운동장에서 땀방울을 튀어가며 열띤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짝을 맞춰 피칭과 타격 연습한 것은 물론 팀을 나눠 연습 게임도 했다. 벤치에 대기 중인 학생들도 다닥다닥 붙어 앉아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았다.
학교 측은 단체 훈련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A고교 교장은 “열흘 전쯤 교육청으로부터 제한된 조건 하에 개별 훈련이 가능하다는 공문을 받은 후 15명 수준으로 개별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날 모 프로구단 스카우터들이 방문한 것이지 단체훈련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앞으로 예방 조치를 더욱 철저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교육청 입장은 다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스카우터 참관이라 하더라도 학생들이 모여 훈련을 하고 시범을 보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평소 10여명이 함께 훈련을 한다는 것도 방침에 어긋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다만 프로구단이 참관을 한다고 하면 진로 문제가 절박한 학생들은 학교에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 시기 참관을 나온 프로구단의 잘못도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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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단체 훈련·합숙 시 감염 확산 경로될 수 있어”
또 다른 야구 명문 서울 B중학교도 지난 13일 중학생들 10명 가량이 코치 지도 아래 훈련을 진행했다. 다른 중학교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 밖에도 전국 곳곳의 학교에서 야구나 배구, 축구 등 운동부 학생들이 평소와 크게 다를 바 없이 훈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경남의 C고교 배구부는 교내에서 합숙까지 진행하며 별다른 위생 감독 없이 자체 조리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고교 교사는 “학교 간 경쟁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교가 몰래 단체 훈련을 진행 중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운동부 입장에서는 훈련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고교 관계자는 “프로 진출을 위해선 대회 실적 등이 필요한데 현재 코로나19로 고교대회 등이 연기된 상황”이라며 “학생들도 컨디션 관리와 진로 준비를 해야 하고 구단 입장에서도 실력 점검을 해야 한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운동부 학생들의 훈련이 금지되면서 개인 레슨을 진행해야 하는데 이 비용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등도 최근 운동부 학생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는 제보를 이미 수차례 접수했다. 하지만 모든 학교 현장을 실시간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제대로 된 사실관계 확인은 힘들다. 교육부 관계자는 “제보를 받게 되면 사실 확인을 거쳐 단체 훈련을 하지 말라고 행정지도를 한다”며 “행정지도를 따르지 않거나 감염자가 발생할 경우 학교장에 대해 벌금·징계 등 행정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감염 전문가들은 운동부 학생의 단체훈련과 합숙으로 감염이 확산될 수 있다며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단체 훈련과 합숙은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정부의 큰 원칙을 벗어날 뿐 아니라 신체 접촉이 잦은 만큼 새로운 감염 확산의 경로가 될 수도 있다”며 “개별 훈련을 허용하더라도 학교 보건 교사를 배치하는 등 철저한 관리 감독 아래 진행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