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콩나물 및 무 등과 함께 우려낸 맑은 육수에 생미나리를 듬뿍 얹어 먹는 복지리는 숙취 해소 음식으로 꾸준히 사랑받는 음식이다.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한 복어는 미식가들을 중심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음식이지만 치명적인 독을 갖고 있어 복어조리기능사 자격증이 있어야만 판매할 수 있는 음식이기도 하다.
복어는 몸집에 비해 작은 지느러미 탓에 빠르게 헤엄칠 수 없다. 대신 복어는 적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두 가지 무기를 갖고 있다. 하나는 바로 독성이 청산가리의 10배가 넘는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이라는 독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이 볼에 바람을 넣듯 배를 크게 부풀릴 수 있다는 점이다.
먼저 테트로도톡신은 신경독소의 일종으로 복어목 어류의 간이나 난소 등 생식 장기에서 주로 발견된다. 복어 자체에서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복어가 감염되거나 복어와 공생하는 몇몇 박테리아에 의해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독제도 없는 맹독성으로 중독되면 치사율이 40~80%에 이른다.
그렇다고 전 세계적으로 120~130종에 달하는 모든 복어가 독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또 독성의 강도에도 차이가 있어 황복, 자주복, 까치복, 검복은 독성이 강하고 밀복, 가시복, 거북복의 독성은 약하다. 아이러니한 것은 독이 강한 복어일수록 맛이 좋아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는 점이다.
독이 없는 복어 중 독특한 겉모습을 가진 것으로는 가시복어가 있다. 가시복어는 독이라는 방어 수단 대신 날카로운 가시를 갖고 있다. 포식자들에게 쫒기는 긴급한 상황이 되면 다른 복어들과 마찬가지로 몸을 부풀리는 동시에 평상시엔 옆으로 누워 있던 긴 가시들을 외부를 향해 빳빳하게 세운다.
그렇다면 복어는 어떻게 몸을 둥글게 부풀릴 수 있을까. 복어는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 물이나 공기를 잔뜩 흡입해 본래 몸 크기의 3~4배까지 몸을 부풀릴 수 있다. 위장 하단의 확장낭이라는 신축성 있는 주머니에 물이나 공기를 채우는 것이다. 물속에선 14초에 약 35번 정도 흡입해 몸을 가득 부풀릴 수 있다고 한다. 물이나 공기를 가득 채운 후엔 식도의 근육을 축소시켜 물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한다. 비정상적인 몸의 팽창에도 몸이 터지지 않는 것은 피부의 진피층에 탄력성과 신축성을 유지해 주는 콜라겐섬유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복어가 원래 몸무게의 두 배 이상의 물을 머금은 상태에서 호흡은 정상적으로 할 수 있을까. 숨을 참는 걸까. 이를 위해 호주의 과학자들은 한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과학자들은 8마리의 복어를 수조에 넣은 다음 복어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줌으로써 몸을 부풀어 오르게 만들었다. 그 후 수조 속 용존 산소량 변화를 확인했다. 그 결과 오히려 몸을 부풀리기 전보다 복어의 산소 소비량은 2~3배나 더 많아졌다. 몸이 팽창한 상태에서는 아가미로 더 많이 호흡했던 것이다. 아울러 복어가 공모양의 잔뜩 부풀려진 모습에서의 과잉 호흡에서 본래 호흡으로 돌아가는 데는 5시간36분이 걸렸다고 한다.
복어는 언제든지 자신들이 원할 때마다 몸을 부풀려 상대에게 위협적으로 보일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은 복어가 3~8번 연속 몸을 부풀릴 수는 있지만 그 이후엔 아무리 위협을 가해도 반응이 없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편집자주: 수학, 화학, 물리학, 생물학 등 기초과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인공지능(AI), 사물 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그 중요성은 점차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기초과학은 어렵고 낯설게만 느껴져 피하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기초과학의 세계에 쉽고 재미있게 발을 들여 보자는 취지로 매주 연재 기사를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