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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에 거주하며 치료를 위해 꾸준히 세종병원을 찾았다는 30대 김모씨는 28일 “평소에도 관리가 엉망인 탕비실에서 결국 사고가 날 줄 알았다”며 입을 열었다. 김씨는 병원측이 응급실 내 간이용 커튼으로 구분한 탕비실에 치료 때 사용하는 소독용 알코올 솜과 수액을 보관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탕비실을 마치 병원 처치실로 썼다”며 “(탕비실에서) 환자 소독을 하거나 깁스를 해주는 장면도 본 적 있다”고 전했다. 알코올 성분은 유독성 가스를 발생시켜 화재 피해를 키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더욱이 탕비실에 응급실 간호사가 아닌 원무과 직원 등 비(非) 의료진들도 드나들었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그는 “일반 직원들도 탕비실을 자주 이용하는 것을 봤다”며 “병원 내 난방이 제대로 안돼 미니 온풍기를 가져와 탕비실에서 사용하는 모습도 봤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 수사본부는 전날 열린 브리핑에서 “탕비실 천장 부근에 냉온풍기가 따로 설치돼있지 않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탕비실의 불법 증축 여부에 대해서는 “공간의 편의성을 위해 커튼과 합판을 세운 것”이라며 “탕비실 설치 자체는 증축·개축과는 달리 불법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감식 때 개인용 전열기구가 발견되지 않았고 알코올 솜이나 수액의 경우 이미 다 타 재가 돼버려 확인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세종병원 화재사건 수사본부는 화재 발생 사흘째인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과의 3차 합동 감식을 마쳤다.
수사본부는 “(합동감식 결과) 전기적 특이점을 발견했다. 배선 관계 확인을 위해 국과수에 정밀감식에 들어갈 것”이라며 오는 29일 브리핑에서 관련 내용을 설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