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은 AI·클라우드 컴퓨팅·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 같은 기술이 전 산업에 적용되면서 다양한 융합이 일어나는 것인데, 글로벌 기업들과 AI 분야에서 경쟁할만한 우리 기업은 거의 없는 현실이다.
미국 기업과 AI 특허 경쟁력에서 겨룰 만한 기업은 삼성전자 정도라는 게 IITP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AI 기술과 관련 지난 5년간 38개의 특허를 미국에 등록했다. 마이크로소프트(267개), IBM(206개), 구글(146개), AT&T(63개), 애플(44개) 등보다는 적지만 세계 시장에서 치열한 기술경쟁을 벌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1위 업체로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음성인식 서비스인 ‘빅스비(Bixby)’를 자체 개발해 선보였다. 최근에는 미국 실리콘밸리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에서 모바일 플랫폼 개발 업무를 담당하던 정의석 부사장을 국내 본사로 불러들여 전권을 맡겼고, 삼성종합기술원 내에 AI 전담 조직을 둔 것을 비롯해 생활가전사업부에서도 로봇 등을 중심으로 한 조직이 있다.
투자도 적극적이다. 2015년에는 가정용 로봇 스타트업 ‘지보’, 인공지능 업체 ‘비카리우스’ 등에 약 2000억원을 투자했고, 지난해 10월에는 실리콘밸리의 AI 신생 스타트업 ‘비브랩스’를 2억1500만달러(약 2442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자율주행차에 대한 3억달러(약 3408억원) 규모의 투자펀드도 새로 만들어 운영한다.
|
네이버와 카카오는 음성인식 AI 스피커뿐 아니라 검색·뉴스 추천·번역·쇼핑 등 다방면으로 AI 기술을 적용해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7월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세계 최대 컴퓨터 비전 콘퍼런스인 CVPR에 참가해 5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라인과 함께 개발한 AI 플랫폼 ‘클로바(Clova)’를 퀄컴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제품군에서 지원키로 했다.
카카오는 AI 플랫폼 ‘카카오 아이(I)’를 여러 분야에 접목해 생태계 확장에 주력한다. 카카오 아이를 삼성전자 생활 가전제품에 연동키로 했고, 음성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한 ‘서버형 음성인식’을 기술을 제네시스 G70에 적용했다.
SK텔레콤은 AI 서비스 ‘누구(NUGU)’를 지원하는 단말을 늘리고 있다.스피커뿐 아니라 T맵, SK브로드밴드 셋톱박스 등에 ‘누구’를 접목하면서 HDC 현대산업개발 등과 제휴해 AI 단말이 모든 방에 빌트인(Built-In)된 아파트도 분양할 예정이다.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영어 AI 서비스인 SK주식회사 C&C의 ‘에이브릴’과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올해 4월 플랫폼 부문을 해체하고 AI사업단을 신설했다.
KT는 AI TV 서비스인 ‘기가지니’를 스피커나 셋톱박스 대체용으로 판매하는 것외에 올해 ‘AI테크센터’와 ‘기가지니사업단’을 신설했다. 분당 본사 사옥에 위치한 그룹인력개발원 내에 ‘AI 교육센터’를 열고 일반인에게도 AI 알고리즘 개발 실무교육 과정을 한다. KT는 현재 AI 전문가 130여명이 있는데 연말까지 50여명을 추가 채용할 계획이다.
게임 업체들도 AI 인재 채용에 한창이다. 넥슨은 지난 5월 분석본부를 발족하고, 머신러닝 기반의 매치메이킹과 이용자 행동에 대응하는 액티브 어드바이저, 행동 패턴 학습에 기반한 작업장 탐지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엔씨소프트는 2012년부터 ‘AI 랩(Lab)’을 신설해 게임 외에도 여러 방면에 AI를 접목하기 위해 투자와 연구를 한다. 최근에는 ‘AI 센터’로 규모를 확대하고 산하에 AI 랩과 자연어처리(NPL) 랩으로 구성해 연구를 진행 중이다.
LG전자는 구글과의 협력을 강화해 ‘구글 어시스턴트’ 한국어 기능을 V30에서 가장 먼저 선보였다. 지난 6월에는 CTO(최고기술책임자) 직속인 ‘인텔리전스연구소’를 각각 ‘인공지능연구소’와 ‘로봇 선행연구소’로 분리해 조직을 정비했다. 삼성과 하만을 거친 박일평 부사장을 소프트웨어센터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 역시 지난해 말 AI서비스사업부(현준용 전무)를 발족시켜 서비스, 플랫폼, 디바이스, 커넥티드서비스 등 4개 팀을 편재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전문인력이 부족해 AI인재를 뽑기가 쉽지 않다”며 “인재난에 기술 격차도 나기 때문에 AI의 품질을 결정하는 데이터가 글로벌 기업들에 몰릴 우려가 크다”고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