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자와 만난 A교육업체 관계자는 수백억원의 손해를 떠안게 생겼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다른 업체에서 들었던 정부가 스케줄을 정해두고 교과서 검정 이전까지는 홍보를 금지했다던 이야기와 같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AIDT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아보기 어려웠다. 가뜩이나 스마트폰 중독을 우려하는 학부모들의 심경을 자극하듯 정치권과 진보 성향 교원단체에서는 스웨덴과 핀란드의 정책 철회 사례를 거론하며 왜 우리는 역주행하느냐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다. 문해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높아졌다. 이에 절대다수인 야당 주도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통과됐고 AIDT는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전락했다.
하지만 지난주 열렸던 AI교과서 검증 청문회는 오히려 AIDT가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시켜준 자리였다. 현장 교사들은 AIDT가 단점만 있는 게 아니라고 했다.
교사크리에이터협회 이사인 조재범 교사는 “AIDT는 생성형 AI보다는 반응형 AI에 가깝다. 개별 맞춤형 수업이 가능해져 학습과 교사들의 수업에 분명히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AIDT 반대 입장에 선 천경호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은 “방과 후 교육자료, 교과 보충 지도 자료로 사용하는 것은 충분히 다룰 만하다”면서도 “성적이 낮은 학생들의 학업성취율을 높이는 데 충분히 도움이 된다는 게 서양에서도 일관된 연구”라고 말했다.
교육업체들도 이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한 교과서 업체 관계자는 “분명히 수업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다”며 “교사가 수업 중 이 학생들에게 일일이 맞춰줄 수 없는 만큼 AIDT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수준에 맞는 문제를 주고 이를 풀어냈을 때 느끼는 재미를 통해 공부에 열정을 더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다른 교과서 업체 관계자도 “왜 성적이 낮은 학생들에게 동등한 학습 기회를 줄 생각을 하지 않는가”라며 “이미 교육업체들이 내놓은 수많은 태블릿 학습 기기들이 있고, 성과가 나오고 있으며 앞으로 교육은 이런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제 AIDT 논란은 21일로 예상되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재의요구) 행사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오는 3월이면 새 학기가 시작된다. 이번 달도 절반 이상 지났고 설 연휴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2월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AIDT 도입을 둘러싼 의혹이나 막연한 반대가 아닌 교과서 품질 자체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