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간 정치 공방이 막장 드라마로 치닫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이 김건희 여사에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을 이유로 심우정 검찰총장을 포함한 다수 검사에 대해 무차별 탄핵 카드를 남발한데 이어 내달 2일부터 장외 투쟁에 돌입할 것을 선언했다. 민주당의 장외 투쟁은 11월에 이재명 대표에 대한 선거법 위반, 위증 교사 사건에 대한 법원의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명분은 김 여사 문제지만 속내는 여론 몰이로 검찰과 법원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대통령 탄핵과 하야를 요구하는 발언까지 거침없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힘대로 김 여사 특검 수용 및 대외 활동 자제 문제 등을 둘러싼 대통령실과 당 대표간의 갈등으로 내홍이 한창인 가운데 민주당의 대여 공격을 ‘이재명 방탄’으로 몰아가며 방어적 공세에 나서고 있다. 여야간 정치 공방은 늘 있어왔고 견제와 균형이라는 점에서 필요한 부분도 없지 않다. 하지만 지금 정치권의 극한 대립은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특히 야권이 검찰에 이어 이 대표 사건 재판을 맡은 판사 탄핵까지 추진하는 것은 사법부 전체를 무력화하겠다는 것이어서 삼권분립 자체를 위협할 지경에 이르고 있다.
정치권이 무한 정쟁을 벌이는 와중에 경제는 병들어 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로 우리보다 1인당 소득이 2.3배 많고 경제규모는 15배 이상 큰 미국(2.1%)에도 뒤처졌다. 이제 막 선진국에 진입한 한국이 경제가 완숙 단계인 미국보다도 성장 여력이 떨어진 것이다. 이는 저출산·고령화에다 투자 부진, 노동생산력 저하 등이 총체적으로 겹친 탓이다. 재정 투입을 통한 성장잠재력 확충 여력이 재정 건전성 악화로 크게 약화된 영향도 있다.
노동·교육·세제·연금 등 구조개혁을 통해 낡은 제도와 환경을 바꾸고 규제를 혁파하는 한편 투자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야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도 현실은 정반대다. 국익과 나라의 내일에 대한 고민은 팽개친 채 소모적 정쟁으로 국민을 혼란케 하는 정치권의 맹성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