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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수 부회장의 ‘OK’ 받아 출시…점보라면 3탄, ‘라면+라면’ 아냐”

김미영 기자I 2024.01.01 06:00:00

GS25 ‘점보도시락·공간춘’ 만든 김대종 MD 인터뷰
점보도시락, 기획부터 출시까지 1년4개월 걸려
‘LA면’ 단종되는 실패 경험 겪기도
‘1인용 사발면’ 틀 깬 도전…“마케팅 사고 중요”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자체 브랜드인 PB라면이 매출 1위를 하기 쉽지 않죠. 늘 1위였던 농심 육개장 라면보다 4배 더 팔렸어요. 맛은 기본이고 재미를 더한 마케팅 요소까지 고려한 기획이 주효했다고 봅니다.”

편의점 GS25가 지난 5월과 11월 각각 출시한 ‘점보도시락’과 공간춘 등 점보라면 2종이 이달 26일 기준 누적 판매량 200만개를 돌파했다. 매출액은 180억원을 넘어섰다. 점보라면 시리즈는 올해 유통업계의 PB상품 중 최대 히트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탄 점보도시락에 이어 2탄 쟁반짬짜면 ‘공간춘’도 점포에 입고되는 즉시 완판되는 ‘품절템’이다. 점보라면을 만든 김대종 GS리테일(007070) 가공기획팀 상품기획자(MD)는 지난 27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인기보다는 덜 하더라도 스테디셀러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김대종 GS리테일 가공기획팀 상품기획자(사진=GS리테일)
점보라면 시리즈는 구하기 쉽지 않아 중고거래 사이트나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에서도 최대 9000원의 웃돈이 붙었다. ‘1인용 사발면’의 틀을 과감히 깬 도전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의 인기를 얻었다. 이같은 성공은 그냥 이뤄지지 않았다. 그는 “1년에 수백 개씩 내놓는 PB상품처럼 PB라면도 험난한 과정을 거쳐 출시했다”며 “특히 점보시리즈는 기획부터 출시까지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고 전했다. 일반 PB라면보다 두 배 이상 시간이 걸린 셈이다.

점보시리즈의 시작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한 트렌드를 파악하고 시장조사를 거쳤다. 유튜브의 ‘먹방’ 콘텐츠 인기를 확인하고 ‘먹방 챌린지’가 이뤄지는 식당을 직접 돌면서 6인분 라멘을 먹어봤다. 이후 계획을 현실화 할 수 있는 협력사 선정작업, 샘플상품 제작, 내부 보고 등을 거쳤다.

김 MD는 “제조시설이 없을 뿐만 아니라 기존에 없던 8인분 대용량 라면이라 면과 스프, 용기와 뚜껑을 만들 곳을 전부 다 새로 찾아야 했다”며 “포장용기에 가미할 마케팅 요소까지 내부 팀들과 상의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샘플이 나오면 내부 보고와 시식회를 하는데 맛과 디자인 등에서 보완 의견이 나오면 이를 반영한다”며 “허연수 부회장이 직접 최종 컨펌을 하면서 출시했다”고 뒷얘기를 전했다.

그도 실패의 경험은 있다. 2022년 간장볶음면인 ‘LA면’을 출시했는데 초기 반응이 좋다가 4~5개월 지나니 매출이 급락하면서 결국 단종됐다.

실패와 성공의 냉·온탕을 모두 경험한 그가 깨달은 것은 ‘PB는 저렴한 상품’이란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기획 단계부터 고객의 취향·트렌드와 마케팅 방식을 연동해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김 MD는 “2014년에 나온 ‘오모리김치찌개라면’은 가격이 1800원인데도 여전히 잘 팔린다”며 “맛과 품질을 프리미엄화 한 공화춘자장 등 유어스 라면들도 그렇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통사업체가 라면 제조사보다 경쟁력이 있는 건 마케팅적 사고”라며 “다양한 시선으로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상품)한 맛과 재미 요소를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GS25는 기세를 몰아 조만간 점보시리즈 3탄을 출시할 예정이다. 김대종 MD는 “점보도시락 반응이 좋았기 때문에 함께 구상했던 공간춘도 뒤이어 본격적으로 추진해 출시할 수 있었다”며 “점보 3탄은 라면과 라면의 콜라보를 넘어, 라면과 색다른 상품의 조합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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