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은 지난 18일 ‘금융투자업계 신뢰 회복을 위한 윤리경영 선포식’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올 한해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건·사고들을 반성하며 윤리경영을 다짐했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관행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랩·신탁 돌려막기’ 문제를 근절할 것을 약속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9개 증권사의 채권형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 업무실태에 대한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이들 증권사들은 수천억원대의 ‘돌려막기’를 통해 고객이 맡긴 자산의 수익률을 사실상 조작했다. 한 증권사의 경우 돌려막기를 한 횟수가 6000번, 금액은 5000억원에 달했다.
더 충격적인 건 조사 대상이 된 증권사 모두 이같은 ‘돌려막기’를 버젓이 하고 있던 것이다. 9개 증권사 모두 불법 자전거래를 통해 고객계좌 간 손익을 이전해왔다. 운용역들은 만기도래 계좌의 목표수익률에 얽매여 ‘돌려막기’를 감행했다. 비정상적인 가격 거래를 통해 고객에게 손해를 전가한 것이다. 관련 혐의자만 30명에 달했다.
물론 증권사들로선 항변하고 싶은 마음도 들 것이다. 그동안 관행적인 채권 돌려막기로 손실보전을 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돌려막기는 위법 소지가 다분한데다 더이상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꾸준히 신규 고객이 들어오고 금리가 하락하는 상황에 의존하는 위태로운 수익 구조여서다. 고객을 뺏기지 않으려고 무리한 돌려막기를 계속할수록 시장만 혼탁해진다.
가장 좋은 해법은 자정이 필요한 부분을 찾아 시장 스스로 개선하는 것이다. 칼 빼든 금감원에 떠밀려 하는 건 근본적 해법이 아니다. 특히 CEO들이 관심과 책임을 가지고 랩·신탁 관련 불건전영업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 운용보고서, 계좌 조회로 자산 내역과 만기 등을 수시로 확인하고 적정하게 운용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업계 스스로 개선의지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는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의 지적을 새겨들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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