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 아트페어 ''어반브레이크 2023''
350명 작가 작품 3000여점 선보여
현대차의 ''아트카'' 변신…AR 도슨트 체험도
"젊은 세대 지향하는 즐거운 경험 제공"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15미터의 대형 무대 위에 두개의 벽(wall)이 있다. 두명 혹은 세명의 스트리트 아티스트들은 이곳에서 90분간 DJ의 신나는 디제잉에 맞춰 페인팅을 직접 하며 ‘배틀’을 펼친다. 공통 주제를 각 팀이 자신만의 색깔로 해석하고 풀어내는 모습을 직관하는 것은 또 다른 묘미다. 국내 유일의 스트리트 아트페어인 ‘어반브레이크’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라이브 그래피티 배틀: 더 월 브레이커’(Live Graffiti Battle: The Wall Breaker)에서 만나볼 한 장면이다.
| 라이브 그래피티 배틀(사진=어반브레이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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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한 예술놀이터 ‘어반브레이크’
‘스트리트 아트’(street art)는 개방된 공간에서 공개적으로 이뤄지는 그림ㆍ조각 전시, 낙서, 연극 등을 총칭하는 용어다. 벽이나 그밖의 화면에 낙서처럼 긁거나 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해 그리는 ‘그래피티 아트’(graffiti art)가 대표적이다. 사실 ‘스트리트 아트’는 주류 미술과는 다른 비주류 예술로 인식되어 왔다. 예술의 범주로 보지 않는 경우도 많다. 자연과 시설물, 문화재 등을 파괴하고 훼손하는 행위도 포괄하기 때문에 사회적인 비판에 직면하기도 한다.
‘어반브레이크’는 비주류 예술로 치부되던 거리 예술을 아트페어 형식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020년 첫선을 보인 이래 2021년에는 코로나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4만명의 관람객을 끌어들였다. 지난해에는 5만명을 돌파하며 MZ세대들의 사랑을 받았다. 여기에는 장원철 어반브레이크 대표의 강한 의지가 작용했다. 그는 매년 3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개최되는 종합 예술축제인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outh by Southwest)를 롤모델로 삼아 ‘어반브레이크’를 국내에 론칭했다.
애초에 기존 미술 시장에 편입하려는 시도보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싶었다는 게 장 대표의 설명이다. 젊은 세대들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힙한 예술놀이터’를 선보이자는 목표 아래 시작한 아트페어는 올해로 4회째를 맞이했다. 13일 서울 중구 레스케이프 호텔에서 만난 장원철 대표는 “다채로운 시각예술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반브레이크의 지향점”이라며 “무엇보다 관람객들이 아트페어를 통해 즐겁게 거리예술을 체험하길 바란다. 더운 7월에 워터파크보다 재밌는 예술축제를 선보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 현대차 아이오닉6가 ‘어반브레이크 2023’에서 라이브 아트카로 변신할 예정이다(사진=어반브레이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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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전시’보다 ‘즐거운 체험’
오는 7월 13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B홀에서 열리는 ‘어반브레이크 2023’은 한층 업그레이드된 예술축제로 선보인다. 올해는 단순히 눈으로 관람하는 전시를 넘어 관람객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장 대표는 “보는 전시보다 체험을 강조하는 최근의 전시 트렌드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가령 LG생활건강과 협업한 ‘임프린투’(IMPRINTU) 부스에서는 유명 타투이스트들을 초청해 관람객들이 직접 타투를 체험해볼 수 있도록 했다. 귀여운 꽃그림이나 간단한 문양 등을 관람객들의 몸에 직접 시연한다.
AR(증강현실) 도슨트도 경험할 수 있다. 알비언 앱을 통해 아트토이 작품을 스캔하면 작품 설명과 작가의 비하인드컷이 증강현실로 나오는 식이다. 장 대표는 “앱에 이미지를 갖다 대면 이미지들이 살아 움직인다”며 “아직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서비스로 재밌고 새로운 전시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반브레이크가 만든 AI 아티스트 패즐로(PZLO)도 처음 공개한다.
현장에서 직접 보는 스트리트 아티스트들의 ‘라이브 아트’도 빼놓을 수 없다. 그래피티 배틀을 비롯해 아티스트 제이슨 네일러는 현대차 아이오닉6 위에 직접 페인팅한다. 평범한 승용차가 아트카로 변신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다.
| 알비언 앱을 통한 AR 도슨트 체험(사진=어반브레이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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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 아티스트 위한 ‘오픈콜’…3천여점 선보여
‘어반브레이크’는 신진 아티스트들에게 아트페어 참여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어반브레이크에서는 해마다 ‘오픈콜’ 공모를 통해 작가들을 선정, 부스 전시의 기회를 무료로 제공한다. 올해는 40여명의 아티스트를 선발했는데 총지원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섰다. 학력과 나이 제한은 없고 숨어있는 보석을 찾기 위해 3차의 심사를 거친다.
장 대표는 “커다란 전시 공간에서 모든 비용을 지원해주는 ‘오픈콜 부스’는 신진 작가들에게는 꿈의 무대와도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지난해와 올해 60대 중반의 아티스트들이 선발되기도 했다”며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라면 차별없이 선발한다. 그들의 작품을 보며 ‘이렇게 좋은 아티스트들이 있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올해는 ‘오픈콜 부스’를 포함해 총 350여명 작가의 작품 3000여점을 100개의 부스에서 선보인다. ‘21세기 앤디워홀’이라 불리는 미국의 팝 아티스트 ‘카우스(KAWS) 컬렉션’을 비롯해 니콜라스 블레이크와 아담 핸들러의 작품, 인기 웹툰 ‘외모지상주의’와 ‘럭키짱’ 등을 만나볼 수 있다.
| 카우스의 ‘컴패니언 블랙’(사진=어반브레이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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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생활건강과 함께하는 타투 체험(사진=어반브레이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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