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100주년을 맞는 올해에도 아동학대로 고통받는 아이들은 여전하다. 이상경(67) 한국방정환재단 이사장은 듬뿍 사랑받고 마음껏 뛰놀면서 자라야 할 아이들이 부모 등의 학대로 목숨을 잃어가는 현실에 일침을 놨다. 촉법소년 논란이 일 정도로 저연령층의 범죄가 느는 데에 대해서도 “부모와 선생님 등 주변에서 준 상처가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고 우리 사회의 책임을 먼저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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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사장은 부모와 아이 간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중요하다는 점도 짚었다. 그는 “우리나라가 최빈국에서 선진국이 되는 기적을 이룬 이면에 세계 최장 수준의 근로시간이 있다”며 “부모가 아이에게 애정이 없어서는 아닐 것이다. 직장에서 늦게 끝나다 보니 아이들과 저녁 식사를 할 시간조차 없는데 사회적 합의를 통해 단계적으로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면 자녀와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른의 배려가 필요한 존재인 아이들과 한 번이라도 더 밥 먹고, 놀아주고, 산책하는 시간이 쌓이면 독립적인 사회의 구성원으로 키워낼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덴 한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던가. 이 이사장은 우리 사회 전체의 협업 필요성도 짚었다. 그는 “저소득층 아이들이 가는 지역아동센터뿐 아니라 중산층 아이들이라도 방과 후나 학원 가기 전에 잠깐 들려 돌봄을 받을 수 있는 키움센터 등이 지역 곳곳에 자리 잡아 가족의 돌봄에서 틈을 메워주는 역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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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사장은 “2009년 첫 번째 조사 당시 우리나라 어린이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가장 낮은 20위였는데 점점 개선됐다”며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조사한 2021년 조사 결과에서는 조사대상 22개국 중 22위로 최하위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주관적 행복지수는 어린이가 스스로 느끼는 삶의 만족감, 외로움 등을 종합적으로 집계한 결과인데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수업이 늘어나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 등이 줄어들면서 나타난 결과다. 그는 오는 9~10월 진행할 13차 조사에서도 엇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학대나 방임뿐만 아니라 지나친 학업 경쟁도 아이들을 병들게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학교에서 배운 것만 갖고 평생 써먹을 수 없는 게 현실일 정도로 배워야 하는 지식의 양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며 “어른들이 만든 치열한 경쟁사회가 어린이들의 행복은 더디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방정환 선생님이 어린이들에게 전한 ‘돋는 해와 지는 해를 반드시 보기로 합시다’ 그리고 어른들에게 전한 ‘어린 사람에게 수면과 운동을 충분히 하게 하여 주십시오’ 라는 메시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세상의 잣대를 성인이 아닌 어린이를 기준으로 삼자고 제안했다. 그는 “소파 방정환 선생님은 패러다임이 바뀌는 변환기에서 ‘어린이에게 희망을 주고 생명의 길을 열어주자’고 하셨다”며 “‘애녀석’, ‘아해놈’처럼 낮춰 부르던 아이들을 ‘어린이’라 칭하며 존재를 부각하셨듯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어른들도 각자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소파(작은 물결)를 찾다 보면, 대파(큰 파도)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