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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역에서 도보로 5~10분 거리에 들어선 여타 호텔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인근 한 호텔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이맘때면 국제 행사가 열리며 국내외 투숙객이 몰리던 시기였다”면서 “올해는 국내 관광객은 물론 외출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투숙객이 몰라보게 줄었다”며 말했다.
◇코로나19에 역대급 위기 봉착한 호텔산업
호텔산업이 코로나19 사태로 투숙객이 뚝 끊기며 ‘생사의 기로’에 놓였다. 늘어나는 수요를 발판 삼아 국내외 호텔사업에 자금을 쏟아붓던 금융투자업계도 코로나19 후폭풍에 마른침을 삼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예상보다 길어질 경우 막대한 손실과 마주해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시장 안팎에 퍼지고 있다.
호텔산업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외 가릴 것 없이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다. CNN 보도에 따르면 미국호텔숙박협회(AHLA)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투숙객 급감으로 호텔 종사자의 44%가 일시적 해고를 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과거 9·11 테러와 2008년 금융 위기를 합친 것을 포함한 것보다 더 큰 수치라는 설명도 더해졌다.
국내 상황도 한순간에 급변한 모습이다. 한국호텔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호텔 객실이용률(OCC)은 2015년 58.75%에서 2018년 62.44%로 소폭 상승했다. 2012년 정부의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 시행으로 용적률 인센티브(일반 주거지역 최대 150%·상업지역 최대 500%)를 등에 업은 호텔 급증에도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수요가 받쳐주며 손익 마진 기준(OCC 60%)을 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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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긴한 대체 투자처로 꼽히며 호텔 사업에 자금을 넣던 투자업계도 근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중국 안방보험으로부터 58억달러(약 6조9000억원)에 미국 내 최고급 호텔 15개 인수 계약을 체결한 미래에셋그룹이 대표적이다. 당초 이번 달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점쳤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일정이 미뤄지고 있다.
미래에셋그룹 측은 코로나 여파로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다는 우려에 “최근 금리가 낮아지면서 자금 조달 환경이 오히려 개선됐다”며 “자금 조달과 관련해 3~4곳과 접촉 중인 상태로 조만간 인수잔금 납입을 마치고 거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미래에셋그룹 말고도 롯데호텔과 손잡고 미국 시애틀과 뉴욕 호텔사업에 투자한 하나금융투자와 괌 소재 ‘투몬베이리조트&스파LLC’를 인수한 KB증권, 미국 내 92개 비즈니스 호텔에 1억달러(1180억원)를 투자한 메리츠대체운용 등도 코로나19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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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에서만 약 11억 달러(1조3395억원) 규모의 호텔 거래가 이뤄졌던 국내 시장도 찬바람이 거세다. 지난해 말 한남동 ‘그랜드하얏트 서울’을 5800억원에 인수한 홍콩계 PAG(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와 현대중공업그룹으로부터 ‘호텔현대(현 라한호텔)’를 인수하며 호텔사업에 뛰어든 사모펀드(PEF)운용사 한앤컴퍼니는 인수 초반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했다. 당장 이달 20일 리뉴얼 오픈을 준비하던 라한호텔의 ‘라한셀렉트 경주’는 코로나19로 오픈일을 다음달 말로 미룬 상황이다.
순조롭게 흐를 것 같던 호텔 매각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다. 명동 ‘티마크그랜드 호텔’ 매각을 진행하던 하나대체운용은 우선협상자인 케이리츠투자운용과의 세부 협상기한을 3월 말에서 4월 말로 미루기로 했다. 코로나19로 케이리츠투자운용이 투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자 기한을 연장한 것이다. 서울 반포에 있는 5성급 호텔 ‘쉐라톤 팔래스 강남’도 최근 매각을 검토 중이지만 마땅한 원매자 찾기에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관심은 코로나19 사태가 얼마나 지속하느냐에 쏠린다. 당장의 실적 급감은 그렇다 치더라도 반기(6개월) 혹은 연내 계속 이어질 경우 짊어져야 할 손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호텔 시장에 칼바람이 불어닥친 상황에서 호텔 투자가 당분간 자취를 감출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호텔 투자는 부동산 가치는 물론 안정적인 투숙객 확보에 따른 캐시카우(자금창출원)가 장점이었는데 코로나19로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며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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