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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인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애국가의 국가 적합성에 대해 논의하는 공청회를 마련했다. 애국가는 법적으로 ‘국가’로 명시돼 있지 않으나, 대부분의 공식행사에서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노래로 쓰여 사실상 국가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안 의원은 친일이력이 있는 작곡가 안익태가 만든 애국가를 대체할 노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한일 경제 갈등이 고조되는 경제전쟁 국면이지만, 이번 기회야말로 친일 잔재를 청산할 수 있는 최적기라고 생각한다”며 공론화에 나선 배경도 설명했다.
사실 학계에서 애국가는 오랫동안 논쟁의 대상이었다. 작곡을 한 안익태의 친일 이력이 공식적으로 밝혀졌고, 공식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작사자 역시 대표적인 친일파였던 윤치호가 맡은 것이 유력하다는 의견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일제 지배 암흑기를 거친 나라가 정작 나라를 등지고 친일한 인사들이 만든 노래를 국가로 쓰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안익태의 경우 2000년대 이후 각종 자료가 발굴돼 적극적인 친일 행보를 보인 것은 물론, 유럽 활동 당시 독일 나치를 위해서도 봉사한 것으로 밝혀져 있다.
올해 출간된 안익태의 유럽활동을 다룬 책 ‘안익태 케이스’를 쓴 이해영 한신대 교수에 따르면 안익태는 독일 체류 당시 일본 정보기관 고위직으로 추정되는 일본인과 한 집에 살면서 일제를 위한 정보원 활동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안익태 뿐만 아니라 일제 시기 예술인으로 상당한 사회적 지위를 누렸던 작곡가들의 친일 행적 논란은 해방 후 꾸준히 논란이 됐다. 애국가 말고도 군에서 쓰이는 군가의 상당수도 친일 이력이 있는 인사들이 작곡한 경우가 적지 않다. 육군 장병이 모두 배우는 육군가 역시 민족문제연구소 친일인명사전에 공식 등재된 친일 음악가 김동진의 곡이다. 김동진의 군가는 10대 군가 중 하나인 행군의 아침을 비롯해 17곡이나 된다.
이처럼 한일 경제 갈등을 계기로 우리 사회 오랜 논쟁거리인 친일 청산 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집권여당인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반일 정서를 이용한다’는 자유한국당 비판이 나올 정도로 이번 문제에 적극적으로 친일 청산 화두를 강조하고 나오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