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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공장에서 도시로 간 기업가정신

최은영 기자I 2019.07.10 05:00:00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KAIST 교수

노르웨이의 쿡 교수와 같은 유럽의 일부 학자들은 글로벌 기업가정신의 쇠퇴를 주장하고, 일자리가 사라지는 암울한 미래를 예측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부터 주춤하던 기술 기반 창업이 지난 2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KAIST 교수
년 간 주요 국가에서 15% 이상 줄어들고 있다. 미국의 구즈만 교수와 아이젠버그 교수 등은 스타트업과 국가 성장과는 큰 관계가 없음을 통계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과연 혁신의 시대인 4차 산업혁명에서 혁신의 리더십인 기업가정신은 쇠퇴하고 있는가. 그런데 역사상 주목받은 대부분 비관론은 인간의 지혜로 극복되어 왔음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예측이 빗나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러한 기업가정신 쇠퇴를 주장하는 학자들은 기업가정신을 기술기반 창업으로 좁게 정의하고 이러한 기준에서 통계를 해석해 기업가정신 전체가 쇠퇴하고 있다는 성급한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들은 4차 산업혁명에서 생산성의 패러독스로 성장은 정체되고, 인공지능 등이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런데 기업가정신은 쇠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흥하고 있다. 시대정신이 혁신이기 때문이다. 단지 기업가정신의 발현이 기술에서 욕망으로 대 전환되고 있을 뿐이다. 혁신의 리더십인 기업가정신은 여전히 혁신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사실은 이러하다. 산업은 본질적으로 공급과 수요의 순환 과정이다. 그 동안 공급을 좌우하는 기술이 산업혁명을 주도해 왔으나, 4차 산업혁명에서는 수요를 좌우하는 욕망에 주도권을 넘겨주고 있다. 그 결과 기업가정신의 발현 형태가 기술기반 창업에서 욕망 기반 벤처로 대 전환하고 있다.

지난 10년 사이에 200배 증가한 글로벌 유니콘이 대표적 사례다. 유니콘에서 테크 기업의 비중은 10% 미만이다. 유니콘의 대부분은 인간의 미 충족 욕망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 욕망을 공유하는 플랫폼과 개인화된 맞춤 욕망을 충족하는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욕망을 디자인하는 디자인 기반 벤처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배달의 민족의 창업자인 김봉진 대표도 디자이너다. 애플은 디자이너 조나선 아이브가 개발 전체를 이끌었다.

이제 기업가정신의 발현지가 실리콘밸리에서 뉴욕·런던과 같은 인간의 욕망이 꿈틀대는 대도시로 이동하고 있다. 개인화된 미 충족 욕망이 혁신의 새로운 원천이다. 이제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 아니라 수요를 창출하는 도시가 기업가정신이 구현되는 혁신의 공간이 되었다. 스마트시티는 이제 환경 차원의 문제 해결에서 미래 성장의 주역으로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 기술이 일상화 되면서 나타나는 사회 패러다임 변화는 기술이 수요를 중심으로 분해되고 재 융합되는 거대한 변화다. 결과적으로 공급 주도의 기술에서 수요 주도의 시장으로의 변화를 소셜 혁신이 이끌고 있는 것이다.

기술이 더 이상 국내총생산(GDP) 증가에 기여하지 않는다는 생산성 패러독스는 물질 경제의 가격 기반 GDP 개념의 한계일 뿐이다. 기술 기반의 물질 경제에서 욕망 기반의 경험 경제로 이동하면서 부가가치의 총합인 GDP는 인간의 궁극적 행복의 척도가 될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의 경험 경제에서는 개인의 욕망 충족의 가치가 중심인데 이는 GDP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인간의 욕망 충족이라는 관점에서 사회의 행복도 총합인 소비자 후생은 분명히 나아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지능화로 초래될 것이라는 일자리 감소 주장은 현재 전 세계에서 나타나는 최저 수준의 실업률을 설명하기 어렵다.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이 파괴하는 일자리보다 더 많은 일자리가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이 파괴한 일자리를 미 충족 욕망이 만들어내고 있다. 개인화된 경험 서비스 산업이 일자리 창출을 주도하고 있음이 미국의 지난 20년간 일자리 변화에서 확인되고 있다. 맞춤 뉴스, 맞춤 교육 , 맞춤 여행, 맞춤 동영상, 맞춤 배송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간의 욕망이 무한하면 일자리도 무한하고, 기업가정신은 영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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