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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이후 잠잠했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아파트 재건축 시장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신탁 방식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들이 나타나고 있는 데다 강남권인 반포·잠원동이나 압구정동 일대와는 달리 초고층 재건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의도에서 재건축 가능 연한을 충족한 단지는 모두 16개 단지, 7787가구 규모에 달한다.
◇사업 기간 줄이기 위해 신탁 방식 재건축 추진
업계에 따르면 여의도 재건축 아파트 단지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시범아파트(1790가구)는 지난 8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신탁사 방식 재건축에 대한 설명회를 열고 주민 동의서를 받고 있다. 신탁 방식 재건축은 소유주(집주인)가 위탁한 부동산 신탁사가 시행자로 나서 초기부터 사업비를 대고 시공사 등을 선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추진위 구성과 조합 결성 등의 과정이 생략돼 정비사업 기간이 단축된다는 장점이 있다. 조합 비리와 같은 문제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는 게 신탁사들의 설명이다.
시범아파트는 2009년 여의도 일대 통합재건축을 추진했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무산된 이후 사업 진척이 지지부진했지만 최근 추진위를 새로 구성하는 등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아파트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이달 말 신탁사들에 제안 공모 요청을 보내 11월 내에 선정 작업을 마칠 것”이라고 말했다.
공작아파트도 지난 17일부터 주민들에게 신탁 방식 재건축에 대해 동의 여부를 묻는 작업에 들어갔다. 이 아파트 추진위 관계자는 “세 번에 걸쳐 설명회를 진행했는데 현장조사에서 특별히 반대 의견을 내는 주민들이 없었기 때문에 신탁 방식의 재건축 추진이 무난하게 이뤄질 것 같다”며 “연내에 신탁사 선정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업 진척이 더뎠던 재건축 추진 단지들에서 최근 신탁 방식으로 선회한 이유는 내년 말로 유예가 종료되는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 제도는 조합이 재건축을 통해 얻은 이익이 1인당 평균 3000만원을 넘으면 그 초과 금액의 최고 50%를 세금으로 내도록 한 것으로, 내년 말까지 시행이 유예된 상태다. 따라서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를 피하기 위해선 내년 말까지 관리처분인가를 받아야 하는데 신탁 방식에선 조합 설립 단계가 생략돼 기존 정비사업 방식보다 1년여 사업 기간을 앞당길 수 있다.
◇“초고층 재건축 가능” 매력…“사업 지연 배제 못해”
여의도의 경우 한강변에 있으면서도 초고층 아파트로 재건축이 가능하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시가 지난해 발표한 ‘한강변 관리기본계획’에 따르면 시내 3대 도심지로 격상된 여의도 내 상업지역에서는 높이 51층 이상, 제3종 주거지역에선 50층 이하로 복합건축물을 지을 수 있다. 공작·서울아파트 등은 상업지역에 있고, 그외 시범아파트를 비롯한 대다수 단지들은 제3종 주거지역에 들어서 있다.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들 중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서울아파트다. 이 아파트 재건축 추진 업무를 대행하는 교보디엔씨 관계자는 “내달 사업단 구성을 마무리한 후 시행사를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값도 상승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아파트 전용면적 139.31㎡형이 16억 3000만원에 거래됐으나 지난 8월에는 21억원에 팔렸다. 여의도 평균 아파트값도 올해 초에 비해 3.3㎡당 2257만원에서 이달 현재 2406만원으로 6% 넘게 올랐다.
그러나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서울시가 여의도 아파트지구에 대한 기본계획을 압구정 일대와 마찬가지로 지구단위계획으로 선회한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지구단위계획구역로 지정되면 여의도 역시 압구정동과 같이 몇 개 구역으로 묶어 통합재건축이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여의도동 K공인 관계자는 “용적률이 다른 단지들을 묶어버리면 주민 간 갈등으로 사업이 다시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여의도가 지구단위계획으로 묶이더라도 재건축 사업성을 결정짓는 가장 큰 부분이 ‘층수’이기 때문에 초고층 건축 가능한 여의도는 투자 매력이 있다”면서도 “다만 일부 단지가 내년 말까지 관리처분계획 신청을 추진한다고 해도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긴 쉽지 않기 때문에 투자할 때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