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탑 귀환…"앞으로 1000년 끄덕없다·

김성곤 기자I 2015.11.09 06:16:00

742년 불국사 창건과 함께 축조
1300년 풍상 거치며 곳곳에 균열
2010년 이후 5년만에 보수 마무리
전통기법에 첨단 과학기술 접목
첨성대 ''십자먹 기법''으로 중심축
철제은장 대신 티타늄 부속 사용
연말께 상륜부 조립 후 내년 1월 일반공개

2010년 균열이 발견된 이후 전면 해체수리에 들어간 석가탑이 5년여에 이르는 보수작업을 마무리하고 내년 1월 일반에 공개된다(사진=문화재청).


[경주(경북)=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통일신라 조형예술의 극치로 불리는 불국사 석가탑이 국민 품으로 돌아온다. 2010년 이후 장장 5년에 이르는 해체수리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한 것이다. 특히 이번 석가탑 해체수리 과정은 전통과 과학기술의 절묘한 조화를 통해 국내 문화재 수리보전의 새 역사를 썼다. 앞으로 1000년이 지나도 끄떡없을 정도로 완벽한 수리를 이뤄낸 것이다. 내년 1월부터 일반 국민에게 공개하는 석가탑은 1273년 전 불국사 창건 당시 만들어졌던 원형에 가장 가까운 모습으로 복원했다. 불국사는 내년 석가탄신일에 석가탑의 성공적인 수리를 축원하는 법회를 열 예정이다.

◇3.5톤 옥개석 설치 완료…가설덧집 철거 거쳐 내년 공개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지난 4일 석가탑 해체수리 막바지 작업 현장을 언론에 공개했다. 아파트 5∼6층 높이의 석가탑을 둘러싼 가설덧집 내부에서 연구소 관계자들이 바삐 움직였다. 석가탑 본체의 막바지 조립 공사를 앞두고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거대한 크레인이 가로·세로 각 1.2m, 무게 3.5t에 이르는 옥개석(지붕을 덮는 돌)을 들어올렸다. 중요무형문화재 석장 이의상 선생의 진두지휘 아래 전후좌우, 위아래로 맞춰 수직과 수평을 맞추는 작업이 조심스럽게 이뤄졌다. 옥개석을 석가탑 몸돌에 내려놓으면서 이날 작업은 끝났다. 석가탑 상륜부를 제외한 본체조립을 사실상 마무리한 것이다. 이후 찰주를 옥개석에 꽂고 상륜부만을 조립하면 남은 해체수리 일정은 끝난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11월 중으로 석가탑 본체조립을 마무리하고 12월 석가탑을 둘러싼 가설덧집을 철거한 뒤 내년 1월부터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석가탑 해체수리를 주도한 김덕문 국립문화재연구소 건축문화재연구실장은 “이번 석가탑 해체수리 과정에서는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는 전통기술과 현대적 과학기술을 조화롭게 실천했다”면서 “앞으로 문화재를 보다 안정성 있게 복원할 수 있는 주요 성과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동안의 문제점을 극복했기 때문에 앞으로 1000년이 지나도 안전하게 보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관계자들이 지난 4일 경북 경주시 진현동 불국사 경내에 있는 석가탑 복원 작업에서 중요무형문화재 석장 이의상 선생의 지휘 아래 3층 옥개석을 조심스럽게 설치하고 있다(사진=문화재청).


◇장구한 세월 수난 겪은 ‘무영탑’

석가탑은 2010년 12월 국립문화재연구소 정기안전점검 당시 북동측 상층기단에서 갑석 균열이 발견됐다. 이후 균열원인 조사, 사업계획 수립과 예산확보, 석탑 해체, 가설덧집 설치, 보존수리 등 5년에 이르는 장기간 동안 해체보수 작업이 이뤄져 왔다. 균열 길이 1.32m, 5㎜의 틈에 불과했지만 그대로 방치할 경우 석가탑의 구조적인 안정성이 취약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 실제 석가탑을 해체해 보니 돌과 흙으로 가득차야 할 기단 내부는 세월의 여파로 곳곳이 빈공간이었다. 탑의 무게를 지탱해야 할 내부가 비면서 균열현상이 일어났던 것이다.

‘무영탑’이라 불리기도 한 석가탑은 통일신라시대 재상 김대성이 불국사를 발원하면서 만들어졌다. 이후 1300년에 이르는 긴 세월 동안 적지 않은 보수를 거쳤다. 고려 현종 때는 경주일대 지진으로 해체 보수과정을 거쳤다. 이후 1000년을 버텼지만 1966년 도굴사건으로 부분 해체보수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발견된 사리장엄구에는 은제 사리내·외합, 금동사리합은 물론 세계 최초의 목판 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 등 유물 40여건이 발굴됐고 그중 28건은 국보 제126호로 지정됐다.

2012년 부재를 해체한 뒤 2013년 4월 사리장엄구를 꺼냈고 7월에는 통일신라시대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하는 금동불입상 1점을 발견했다. 이어 지난해는 기단 내부 조사와 석탑 복원 설계를 했고, 올 9월에는 석탑 2층 몸돌에 있는 사리공에 2013년 해체공사 도중 수습한 사리와 장엄구, 수리기 등을 담은 사리장엄구를 봉안해 다시 1000년의 세월 속으로 들여보냈다.

◇십자먹 원리 적용·티타늄 소재 사용…문화재 보존수리 신기원

문화재 보수복원의 딜레마는 원형 보존이다. 이 때문에 원래 문화재의 부자재를 최대한 사용한다. 이번에는 달랐다. 원형 보존을 위해 전통 기법을 최대한 활용했고 현대 과학기술의 힘도 빌렸다. 원형보존이란 명분 아래 전통방식만을 고집할 경우 시간이 흐르면 똑같은 문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한 것이다.

이번 석가탑 해체수리가 국내 문화재 수리보전의 신기원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석가탑 해체수리 과정은 눈여겨볼 점이 많다. 우선 원형보존을 위해 석탑 중심축은 십(+)자먹 원리를 이용해 조립한 것이 주목할 만하다. 십자먹 원리는 첨성대를 축조할 때 사용한 공법인데 각 단마다 중심축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됐다. 특히 내부 구조보강을 위해 새로운 공법을 사용한 게 특징이다. 돌과 돌을 연결하는 부속은 녹이 슬기 쉬운 철제 은장 대신에 티타늄 소재의 금속봉을 사용했다. 균열이 생긴 부분을 반영구적으로 이어붙인 것. 탑 내부 역시 흙의 유실을 막을 수 있도록 새로 개발한 무기질 보수재료 공법을 활용했다. 이러한 보수기법은 국제특허까지 받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해체수리 이전의 불국사 석가탑. 석가탑은 올 연말까지 본체조립과 가설덧집 철거를 마치고 내년 1월부터 일반에 공개된다(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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