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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연금보험 설명 부족했지만 추가 지급 안해도 된다"…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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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5.11.09 09:00:00

연금보험 공제방식 명시·설명의무 위반 인정에도
나머지 약관 해석시 연금액 변동 없다고 판단
1·2심 원고 승소→대법 파기환송…분쟁 일단락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대법원이 상속만기형 즉시연금보험에서 보험사가 생존연금 산출방식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이유로 추가 보험금을 지급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계약서에 설명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남은 내용을 해석하면 원래 약속대로 계산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판결은 보험사의 약관 설명 부족을 인정하면서도, 계약 당사자 모두의 합리적 의사와 보험 상품의 구조적 특성을 고려해 약관을 해석해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유사한 상속만기형 즉시연금보험 가입자가 약 16만명에 달하고, 원심 판결대로 추가 연금을 지급할 경우 보험업계 전체 부담액이 1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이번 대법원 판결로 관련 분쟁들이 사실상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 방인권 기자)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A씨 등 2명이 미래에셋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원고들은 2012년 4월 피고 보험사와 상속만기형 즉시연금보험계약을 체결하고 보험료를 모두 납부했다. 피고는 연금개시 후 매월 연금월액을 생존연금으로 지급했다.

원고들은 납입보험료에 공시이율을 곱해 산출한 이익 전액을 생존연금으로 받아야 하는데, 만기환급금 지급재원을 공제한 잔액만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연금 산출방식은 약관에 명시되지 않았고 설명도 듣지 못했다며 미지급 생존연금액 지급을 청구했다.

상속만기형 즉시연금보험은 2002년경부터 정부 주도로 개발돼 널리 판매된 상품이다. 목돈을 넣으면 매달 연금을 받고, 나중에 원금도 돌려받는 구조다. 예를 들어 1억원을 넣으면 매달 일정 금액을 받다가, 10년 후 1억원을 다시 받는 식이다.

이 사건 보험약관에는 연금월액을 ‘계약자적립금을 기준으로 만기환급금을 고려한 금액을 기준으로’ 계산한다고 규정돼 있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산출기준은 약관에 명시되지 않고 별도 산출방법서에 수식으로만 표현돼 있었다.

저금리 시기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공시이율이 계속 하락하자, 연금월액이 이율 하락분보다 더 감소하고 최저보증이율을 적용한 예시액보다도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가입자들은 “원금에 공시이율을 곱한 이자를 전부 연금으로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보험사는 “만기에 원금을 돌려주려면 그 재원을 미리 확보해야 하므로, 이자 중 일부를 빼두고 나머지만 연금으로 지급할 수밖에 없다”고 맞섰다. 핵심 쟁점은 이런 계산 방식을 계약 당시 제대로 설명했느냐는 것이었다.

이에 보험계약자들은 보험사들이 공시이율 적용이익 전액을 생존연금으로 지급하지 않는다며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잇따라 신청했다.

1심은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했다. 피고 보험사가 항소했지만 2심에서도 1심 판결이 유지됐다.

2심 재판부는 공시이율 적용이익 중 일부를 만기환급금 지급재원으로 공제한다는 점이 보험계약 체결 여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이라고 봤다. 약관에 ‘만기환급금을 고려한 금액’이라는 포괄적 표현만 있고 구체적 산출방식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 보험 판매자조차 정확한 산정방법을 몰랐다는 점 등을 근거로 명시·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했다.

나아가 명시·설명의무 위반으로 ‘만기환급금을 고려한 금액’ 부분이 배제되면, 나머지 약관을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 기준과 약관작성자 불이익 원칙에 따라 해석할 때 원고들 주장대로 공시이율을 곱한 전액을 지급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명시·설명의무 위반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그 법률 효과에 대한 원심의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먼저 상속만기형 즉시연금보험에서 보험계약자가 매월 받는 연금월액은 계약 체결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사항이라고 전제했다. 보험사는 복잡한 연금계산방법 자체를 설명하지 못하더라도 만기환급금 지급재원 공제 방식의 대략적 내용을 명시·설명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약관에 ‘계약자적립금을 기준으로 만기환급금을 고려한 금액’이라는 조항과 산출방법서를 따르라는 포괄적 지시조항만 둔 것으로는 명시·설명의무가 충분히 이행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명시·설명의무 대상이 되는 연금액의 주요 산출기준 등이 보험계약자에게 교부되지도 않는 문서에 복잡한 수식만으로 기재돼 있을 뿐이고, 약관에는 개요조차 명시되지 않은 채 그 문서에 따라 계산한다는 포괄적 지시조항만 있다면 명시의무와 설명의무가 이행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방식이 평균적 고객이 별도 설명 없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며, 가입설계서의 예시금액만으로도 그 구조를 인식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명시·설명의무 위반의 효과에 대해서는 원심과 다른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은 “명시·설명의무 위반으로 약관 일부가 계약 내용이 되지 못하더라도 보험계약은 나머지 부분만으로 유효하게 존속하고, 계약 내용은 나머지 약관 해석을 통해 확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목적·구조와 거래관행, 평균적 고객이 약관을 이해함으로써 기대할 수 있었던 정당한 이익 수준, 보험단체 전체의 이해관계, 가입설계서에 유형별 생존연금 예시금액이 기재된 점 등을 종합해 나머지 약관을 객관적·획일적으로 해석하면, 원고들에게 매월 지급될 생존연금 액수는 본래 산출방법서에서 정한 내용에 따라 산출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특히 “이러한 해석이 계약 목적 달성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어느 한쪽에 부당하게 불리한 해석이 아니며, 현 시점에 계약 전부를 무효로 보는 것은 원고들이나 피고 모두의 의사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결국 “피고가 이 사건 각 보험계약에 따라 원고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생존연금액은 달라지지 않는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인 원심 판단에는 보험약관 명시·설명의무 위반의 효과와 약관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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