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장 월급 200만원 시대’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내년 병장 월급은 자산형성프로그램(내일준비적금)을 포함할 경우 205만원에 이른다. 병장 월급은 2019년 40만원에서 해마다 급등하고 있다. 때마침 2020년 국방부는 병사들의 일과 후 휴대폰 사용을 허용했다. 그 결과 병영 내 가상자산(코인)과 주식 투자가 크게 늘었고, 불법 온라인 도박까지 성행하고 있다. 사설 대부업체에서 급전을 얻어 쓴 일부 병사들은 빚의 수렁에 빠지기도 한다고 한다.
병사 봉급 인상은 긴 시야에서 바람직하다. 이는 징병제 아래에서 국가가 장병들의 노고를 격려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병사 봉급 200만원을 공약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 역시 200만원 이상 보장을 약속했다. 그러나 너무 서두르는 바람에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일과 후 휴대폰 허용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20대 초반의 젊은 병사가 목돈을 손에 쥐면 일확천금을 노리고 코인 투자에 빠져들기 쉽다. 불법 스포츠 도박도 온라인에서 휴대폰 클릭 몇 번이면 된다. 국방부는 지난주 국민체육진흥공단과 함께 ‘군 장병 불법 스포츠 도박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했다. 합법적인 스포츠토토 외에 불법 사설 스포츠토토가 성행하고 있다는 뜻이다.
더 큰 문제는 군의 허리에 해당하는 초급간부의 사기 저하다. 부사관 하사의 경우 병장보다 실질 월급이 더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급장교인 소위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의무 복무기간은 긴 데 보상은 낮다면 현역병으로 짧게 근무하는 게 낫다. 최근 부사관 지원자가 줄고, 학군 장교 경쟁률이 뚝 떨어진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군을 떠나는 초급간부들도 늘었다.
병장 월급 205만원은 모병제를 실시하는 나라에서 직업 군인에게 주는 돈과 비슷한 수준이다. 따라서 병사 봉급 인상은 장기적으로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이행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지금 같은 전환기엔 부작용을 줄일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코인·주식 등에 대한 금융교육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 온라인 불법 도박은 아예 금지해야 한다. 병영을 불법 도박과 고리대금의 유혹 앞에 방치한다면 군 기강 붕괴는 시간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