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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어머니학교(어머니학교)’의 교장 문종석(61)씨와 자원활동가로 일하는 김성일(40)씨는 고령층의 한글 읽기, 쓰기를 돕고 있는 조력자이다. 문씨는 1994년 한글학교로 성인 문해학교를 연 이후 푸른 어머니 학교로 명칭을 변경하며 30년간 운영해오고 있다. 그간 어머니학교를 거쳐 간 학생들만 약 2000명에 이른다.
교장인 문씨는 지난 4일 서울 동대문구의 어머니학교의 한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교육에서 소외되는 계층들과 함께하지 않으면 진정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해 민주화 운동에서 문해교육으로 눈을 돌렸다”며 “산업화의 바람이 불어닥쳤던 60~70년대 공장에서 일했던 10대 여성 노동자들이 그 시기에 배우지 못한 한글을 배우기 위해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문씨는 인상 깊었던 학생의 사례도 들려줬다. 그는 “아흔을 바라보는 어머니가 거동도 어려운데 일주일에 한 번씩 이곳에 수업을 들으러 나오고 있다”며 “2011년부터 14년째 꾸준하게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어 “비슷한 또래의 또 다른 어머님은 여기서 배운 뒤 책도 여러 권 내고 지금도 글을 쓰고 있다”며 “인천에서 서울 동대문구의 사무실까지 1시간 반에서 두 시간에 걸쳐 주 3회씩 오는 등 애정과 애착이 많았다”고 했다.
문씨는 고령층의 어머니들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고충도 컸다고 전했다. 처음 이곳을 찾은 어머니들은 한글을 모른다는 것에 자신을 방어하려 들다보니 다가가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가 고안해 낸 방안이 시 낭송회, 학생회장 선거, 수학여행 등의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어머니들의 낮아진 자존감을 찾아주고 싶었던 것이다.
문씨는 “단지 글을 모르는 문제가 아니라 읽고 쓰지 못하기 때문에 사회생활을 할 수 없었던 삶을 살아온 분들”이라면서 “읽고 쓰는 문제뿐만 아니라 학습하는 방법이나 질문하는 방법 등을 모르다 보니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김씨는 “어머님들은 본인들 실력이 거의 늘지 않는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지만 내가 볼 땐 엄청 달라진다”며 “예전엔 새로운 걸 배운다는 자체를 꺼리다가도 서점 인기 도서인 뇌과학, 철학, 인문학 책을 거부감 없이 읽기도 한다”고 말해 ‘학생’들을 추켜세웠다.
문씨는 정부가 고령층이자 비문해자인 사람들을 위한 문해 교육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그는 “최근에 ‘칠곡 가시나’ 등의 영화가 나오면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면서도 “그분들이 배움의 때를 놓친 것은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전쟁의 가난과 산업화 과정의 영향이 커 국가가 그분들을 위해 문해 교육을 제공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이를 위해 우리 같은 기관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있어야 그분들도 용기를 내고 찾아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씨는 30년째 이 학교를 운영한 개인의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개인만 보며 사는 게 아니라 타인과 유대를 맺으며 나누며 사는 삶이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인생으로 보면 훨씬 선배인 어머니들이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감사할 때 가장 보람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