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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적으로 보면 펄어비스는 지난 7월 말 만기가 도래한 1470억원의 회사채를 현금으로 상환했다. 앞서 지난 2021년 7월 펄어비스는 서버 증설과 신규 지적재산권(IP) 개발을 위해 공모방식으로 회사채를 발행한 바 있다.
엔씨소프트도 지난 1분기 11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전액 현금으로 상환했다. 해당 회사채는 지난 2019년 5년물로 발행한 공모채로 조달된 자금은 운영자금과 신규 게임 마케팅 등에 활용됐다.
대우건설은 지난 2022년부터 2년여 간 1500억원의 공모채 중 1361억원을 현금으로 상환했다. 상환해야 될 공모채와 사모채를 포함한 회사채가 발행가액 기준 2000억원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70% 이상을 상환한 것이다.
이처럼 일부 기업들이 만기 회사채 현금상환에 나선 것은 조달 여건 악화 영향이 크다. 신규 회사채 발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단기차입금보다는 보유 현금을 사용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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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엔씨소프트와 펄어비스의 경우 신용등급 하향 압박이 거센 상황이라 신규 회사채 발행이 더욱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4월 신용등급 전망이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된 바 있다. ‘부정적’ 전망은 중기적으로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펄어비스는 지난 6월 신용등급이 ‘A’에서 ‘A-’로 하향 조정됐다.
다만 현금상환의 경우 유동성이 풍부하면 긍정적 요인이 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적 부진으로 현금창출력이 둔화한 기업일수록 현금상환이 유동성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기존 회사채가 저금리 시절 발행된 점을 고려하면 차입금 감소에 따른 이자 비용 절감 효과보다 유동성 부족에 따른 악영향이 더 크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이는 엔씨소프트의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엔씨소프트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올해 1분기 말 별도 기준 414억원으로 전년 말 1851억원 대비 77.6% 급감했다. 현금성자산이 전체 유동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8.6%에서 2.1%로 6.5%포인트(p) 하락했다. 최근 엔씨소프트의 현금창출력이 크게 둔화됐다는 점에서 이전 수준의 현금을 채우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정조 리스크컨설팅 코리아 대표는 “회사채를 현금 상환하는 곳은 기본적으로 유동성이 괜찮은 회사인 경우가 많다”며 “현금흐름이 괜찮은 회사입장에서는 금리 등을 고려했을 때 단기차입금 보다는 현금상환이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설이나 게임 등 회사채 발행이 녹록지 않은 업종에서 이러한 경향을 보인다”며 “유동성 여력만 된다면 굳이 차환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