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엑세스]초저금리 시대의 끝…채권 르네상스 시대의 서막

[샤믹 다르 BNY멜론 수석 이코노미스트] 인플레이션이 쉽게 잡히지 않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물가지표들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며 조기 금리인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고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고물가·고금리의 뉴노멀 시대는 채권 르네상스 시대의 서막을 알리고 있다. 높은 채권 수익률을 통해 안정된 수익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매력을 돋보이게 한다.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양적완화를 양적긴축으로 전환한 상태다. 이는 기본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제로금리에 가까운 초저금리 시대가 지속되면서 얼어붙었던 채권 시장에 온기를 더하고 있다. 10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의 채권 수익률이 제로금리 시대에서는 거의 기대할 수 없었던 정기적인 소득원 역할을 하며 채권투자의 균형을 맞춰주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현재와 같은 고금리 투자환경에서의 채권 투자는 다시금 좋은 헤지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다. 우선 높아진 금리는 채권의 수익률 허들을 높여 매력적인 수준의 수입을 제공한다. 또한 만약에 시장 상황이 악화해 대응에 나서게 된다고 해도 그만큼의 자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불확실성과 변동성은 존재하지만 신용등급이 높은 국채 또는 투자등급 채권에 대한 전망은 충분히 긍정적이다.

향후 금리 변동 전망의 영향도 나쁘지 않다. 물론 인플레이션과 금리인하 시점에 따라 약간의 변동성이 있겠지만, 당분간 금리는 어느정도 높아진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실질 금리는 적어도 향후 10년 동안 1.5%~2%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가까운 미래에 실질 금리와 명목 금리 모두 비교적 높은 수준에 있을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인구구조 변화, 경제적 변동성 같은 요인들이 금리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는 있다. 하지만 기후전환 비용이나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한 생산성 향상, 세계화를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인 비용들은 고금리 환경을 지속하게 만드는 기반이 된다. 특히 탈세계화로 물가상승 압박이 지속된다면 중앙은행은 물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명목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쩌면 향후 언젠가는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상향 조정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최근 6개월 동안은 급격한 금리 변동의 영향으로 채권이 비정상적으로 변동성이 큰 자산의 성격을 보였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중앙은행들은 이를 방지하고 시장이 안정될 수 있도록 금리나 정책 결정에 앞서 자신들의 의도를 침착하게 지속적으로 알리며 시장과 소통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해도 투자자들은 금융당국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이나 방향 전환이 리스크가 될 수 있음을 유념하고 투자에 임해야 할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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