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 선거에 쏠린 눈…"결과 따라 韓반도체 기회될 것"

이소현 기자I 2024.01.12 05:00:00

구정모 대만 CTBC비즈니스스쿨 석좌교수
대만 선거 결과 따라 세계 공급망 재편 주목
TSMC 공급망 배제시 韓 반도체 새 기회 창출
''귀국 투표'' 행렬…젊은층 중심 ''언더독'' 지지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오는 13일 치러지는 대만 총통(대통령) 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세계의 눈이 대만으로 쏠리고 있다. 미·중 패권경쟁의 대리전 양상으로 이뤄지는 대만 대선 결과에 따라 미·중 전략 경쟁에서 지정학적뿐 아니라 지경학적으로도 판도가 뒤바뀔 수 있어서다.

대만 총통선거(대선) 후보 3각 구도(그래픽=문승용 기자)


구정모 대만 CTBC비즈니스스쿨 석좌교수는 11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친미, 대만독립 성향의 집권당인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와 친중, 양안(중국과 대만) 협력 성향의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 중 누가 이기느냐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대중전략과 지정학적 지도에 큰 변화가 올 수 있다”며 “경제적 측면에서는 양안간의 경제협력이 회복되느냐,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하는 탈동조화)이 가속화되느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대만 선거 결과에 따른 큰 변화 중에서 세계 반도체 산업의 공급망 재편이 주목된다. 대만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를 거느린 세계 반도체의 핵심 생산기지이기 때문이다. 구 교수는 “(친미·독립 성향의) 민진당 후보가 승리하면 (TSMC에 대한) 중국의 압박이 더욱 거세질 수 있고, (친중 성향의) 국민당 후보가 이기면 (TSMC가)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서 상대적으로 배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곧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기회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구 교수는 “TSMC가 세계 반도체 시장의 공급망에서 배제된다면 우리 반도체 산업에는 새로운 기회 창출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인공지능(AI) 칩과 같은 고사양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파운드리 업체는 전 세계에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공급망에서 TSMC가 배제되면 삼성전자가 그 점유율을 어느 정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란 계산에서다.

그러면서 구 교수는 “그렇게 안되더라도(민진당 승리로 TSMC의 위상 강화) 경쟁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상생 구도를 형성해서 경쟁력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만 집권 민진당 총통 후보인 라이칭더 현 부총통과 제1야당인 국민당 총통 후보인 허우유이(사진=연합)


아울러 미·중 대리전으로 평가받는 이번 대만 선거를 앞두고 현지에선 어느 때보다 투표에 대한 관심이 열렬해 ‘귀국 투표’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구 교수는 “대만 현지에서 친한 지인의 가족은 오래전에 일본으로 이주했는데 그 부부가 투표하려고 이번 주에 귀국했다”며 이번 총통 선거를 위해 귀국하는 재외국민의 상황을 전했다.

구 교수는 “해외에 체재하고 있는 대만 국적자가 유권자의 5%를 넘을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 중국에서는 이들을 통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여러모로 노력하고 있다”며 “대만 선거에서는 사전투표나 전자투표 등이 없어 투표를 하려면 대만 국적자가 직접 귀국해야 하는데 중국에 체류 중인 대만인에게는 할인 항공권 지원으로, 해외동포들에겐 인터넷 등을 통해 홍보하며 귀국을 권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만 야당인 대만민중당의 커원저 총통 후보가 10일 뉴타이베이시티의 도교 사원에서 유세 도중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


이어 대만 현지에서는 ‘언더독’(승부에서 이길 확률이 적은 팀이나 선수)의 반란 움직임도 있다. 제3 후보인 대만민중당(민중당)의 커원저(64)가 낮은 임금과 높은 집세 등과 씨름하는 등 현실에 불만을 품은 2030세대의 지지를 얻고 있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 구 교수는 “(대만 현지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우리 클래스의 학생들도 평소와 달리 선거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민진당도 국민당도 다 싫고, 제3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민중당의 커원저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대만에서 민진당과 국민당 중심의 양극화된 정치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는 상황 속에서 젊은 층 중심으로 양당이 아닌 또 다른 선택지가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커원저 후보의 부상을 엿볼 수 있는데 60대에도 SNS를 능숙하게 다루고 유머러스한 어투로 대만 젊은이들에게 공감을 사고 있다. 홍콩프리프레스(HKFP)는 “의사에서 정치인이 된 제2야당 민중당의 커원저 후보가 여론조사에서는 양당 후보에 뒤지고 있지만, SNS에서는 확실한 선두주자”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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