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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정치에 부딪힌 에너지요금 현실화

김형욱 기자I 2023.04.03 06:00:00

2분기 요금조정 잠정 연기에…
일요일 대책회의 준비했으나
돌연 취소…정치권 압력 의혹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전기·가스요금 현실화가 또 다시 정치논리에 부딪혔다. 국제 에너지가격 상승에 한국전력공사(015760), 한국가스공사(036460) 등 에너지공기업들은 최악의 재무 위기에 놓여있지만, 국민 여론을 볼모 잡은 정치권은 전기·가스요금 동결을 압박하고 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 3번째)이 지난달 31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는 2일 개최하려던 한전·가스공사 등과의 긴급 경영상황 점검회의 일정을 돌연 취소했다. 이날 산업부는 정승을 한전 사장,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 등과 전기·가스요금 현실화 필요성, 추가적인 자구안 마련 등을 논의하려 했지만, 회의를 불과 2시간여 남겨두고 갑작스레 취소했다. 2분기 전기·가스요금 조정 계획이 재논의 시작 단계부터 어그러진 것이다.

앞서 한전과 가스공사는 지난달 21일께 2분기 요금조정 계획을 발표하려 했지만, 정부 승인 절차가 늦어져 10일 뒤로 미뤘다. 하지만 이마저도 발표 당일 당정협의회에서 보류를 결정했다. 산업부는 서민생활 안정, 국제 에너지가격 추이, 물가 영향, 채권시장 영향, 공기업 재무상황 등을 추가 검토한 후 요금 조정 여부를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점검회의 취소를 두고 정부 안팎에서는 여당 개입설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겨울 ‘난방비 폭탄’ 이슈로 홍역을 치룬데다, 국민의힘 김기현호(號)가 출범 한 달도 안 돼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산업부가 에너지요금 인상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서는데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종합적인 점검 때문에 불가피하게 회의를 연기했다”고 설명했지만, 갑작스런 회의 취소 이유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전과 가스공사의 재무 위기 상황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당분간 이어지게 됐다. 두 회사의 원가회수율은 현재 60~7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채권 발행으로 적자를 버티고 있는데, 이런 추세라면 내년께 채무불이행 상태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정치권의 에너지 요금 개입은 선진국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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