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극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과 우리의 갈 길에 대해 이데일리가 8회에 걸쳐 격주로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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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를 촬영하기 위해서 극지방을 참 많이 돌아다녔다. 캐나다의 옐로나이프에도 십여 번, 아이슬란드에도 두 번, 노르웨이에도 한 번.
그 수많은 여행에서도 북극권을 넘어가본 적은 솔직히 딱 한 번이다. 북극권, 그러니까 여름에 해가 지지 않는 백야와 겨울에 해가 뜨지 않는 극야 현상이 일어나는 한계선은 북위 66.33도. 오로라의 수도로 불리는 캐나다 옐로나이프는 북위 62도고, 아이슬란드도 본토는 아슬아슬하게 북극권 한계선 남쪽이다. 노르웨이 남쪽 항구도시 베르겐에서 유라시아 대륙의 북쪽 끝으로 가는 여객선을 타고서야 바다 위에서 북극권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북극권으로 향하는 항로는 매우 아름답다. 수 만 년 동안 북극권의 빙하가 조금씩 흐르면서 바위를 깎아 만든 피오르 협곡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엘사가 등장하는 ‘겨울왕국’의 배경 무대가 바로 이곳이다.
겨울철이라 오후 2시면 해가 수평선 아래로 넘어갔다. 그러다 점점 해를 보기 힘들어진다 싶으면 어느새 북극권이다. 해가 뜨지 않아도 낮에 완전히 깜깜해지진 않는다. 수평선 아래 가까이에 해가 있어서 여명 상태가 몇 시간씩 계속되다 어둠에 묻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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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권의 겨울은 밤이 계속되어 관광하기 좋은 시기가 아니다. 이 비수기에 배를 탄 사람들 중에는 마실 나온 현지인들도 있지만 행선지 없이 오로라가 목적인 사람들도 꽤 많다. 이들을 위해 천문학자가 같이 타서 오로라 강좌도 열린다. 하지만 정작 오로라를 만나는 건 운이 좋아야 한다. 북극권의 배 위에서 맞는 밤바람이 엄청 차가울 것 같지만 의외로 제주도의 겨울 보다 따뜻했다. 적도의 따뜻한 바닷물이 이곳까지 올라오면서 지구의 열을 순환시키기 때문이다. 차가운 북극의 공기와 만나 구름을 만들고 수시로 비를 뿌려댄다. 특히 겨울철은 비오고 흐린 날이 이어지다보니 오로라 만나기는 너무나 힘들다.
배를 탄지 일주일이 되어서야 드디어 오로라를 만났다. 구름 틈에서 희미하게 빛이 새어나오더니, 어느새 강렬한 빛이 온 하늘을 휘감기 시작했다. 선내에 방송이 나왔고, 다들 맨 위 갑판으로 우르르 몰려나와 하늘을 가득 채운 빛의 소용돌이를 보며 탄성을 질러댔다. 오로라는 그 밝기와 색이 매우 다양한데, 그날의 오로라는 최고 등급인 오로라 폭풍이었다.
여행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한 번 가보면 끝인 여행과, 다시 찾게 되는 여행. 북극권의 바다는 꼭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다. 구름 위에는 언제나 오로라가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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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북극 시리즈 연재 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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