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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에 동북아 평화공식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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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기자I 2018.12.26 05:03:00

짜장면: 검은 유혹, 맛의 디아스포라
유중하|316쪽|섬앤섬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짜장면이나 라면을 오래 먹으면 인이 박인다. 그 안쓰러운 것들을 한동안 먹지 않으면 배가 고프지 않아도 공연히 먹고 싶어진다. 인은 혓바닥이 아니라 정서 위에 찍힌 문양과도 같다.”

소설가 김훈은 짜장면과 라면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특히 짜장면은 더하다. 손으로 치대 뽑은 면발에 춘장과 야채를 볶은 검은색 소스를 올린 한 끼 식사. 중국에서 건너왔다지만 그 본류인 ‘자작면’과는 판이하게 다른. 요즘은 되레 중국인이 짜장면을 먹으러 한국에 온다고도 하지 않는가.

대학에서 중문학을 가르치는 교수면서 짜장면이 좋아 ‘짜장면 박사’라 불리는 저자가 면발 하나로 한·중·일 문화를 읽었다. 우리네 짜장면에서 시작해 일본의 우동과 라멘, 세계의 맥도날드와 KFC 점포를 합친 것보다 많다는 중국의 란주 라미엔까지. 한·중의 짜장면을 비교하는 논문을 낼 정도인 저자가 에세이를 쓰듯 음식이 어떻게 문화가 되는가를 풀었다.

짜장면을 구성하는 식재료는 아무렇게나 합쳐진 게 아니다. 쓴 오이와 맵싸한 파, 달고 짠 밀가루와 춘장이 조화를 이룬다. 서로 상반상생하며 이룬 결정체가 짜장면이다. 저자는 이를 국가와 국가의 관계에 적용했다. 전쟁의 반대말인 평화. 짜장면은 곧 평화의 기호가 되는 거라며 ‘짜장면 식 평화’라 칭했다.

면발이 이어져 평화가 올 것이라는 전망은 조금씩 실현 중이다. 중국의 시진핑과 대만의 롄잔 전 국민당 주석이 만났을 때 서로를 이은 건 뱡뱡멘이라는 생소한 국수였다. 오랜만에 판문점에서 만난 남북이 함께 먹은 음식도 다름 아닌 냉면인 것과 같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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