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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세계에는 안 좋은 뉴스이지만 한국에는 좋은 뉴스가 있습니다. (한국의 경제 전망을 보면) 아주 괜찮은 성적입니다.”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이 지난 26일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서 건넸다는 말이다. 청와대가 직접 서면 브리핑한 내용이다. 구리아 사무총장은 “OECD 경제 전망에서 한국 부문을 보면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 성장과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서 삶의 질이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답했다. 정부의 철학인 ‘소득 주도 성장(income-led growth)’을 설파한 것이다.
최근 경제계와 금융시장에는 경기 둔화론이 비등하다. 논쟁의 초점은 ‘어느 속도로’ 둔화할 지다. 그런 기류에서 두 사람의 대화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청와대의 전언(傳言)대로 OECD가 보는 한국 경제는 장밋빛일까. 이데일리가 OECD와 그외 기관들의 보고서를 중심으로 살펴봤다.
OECD 보고서 ‘후한 평가’ 별로 없어
구리아 사무총장의 언급은 OECD의 최근 전망에 근거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성장률은 올해 2.7%를 시작으로 내년 2.8%, 내후년 2.9%를 각각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2.9%→2.7%→2.1%) △독일(1.6%→1.6%→1.4%) △일본(0.9%→1.0%→0.7%) 등 주요 선진국보다 나은 수치다. △호주(3.1%→2.9%→2.6%) △캐나다(2.1%→2.2%→1.9%) △멕시코(2.2%→2.5%→2.8%) 등 경제 규모가 비슷한 나라와 비교해도 낮지 않다. “아주 괜찮다”는 건 지나치지만, 썩 나쁘지 않은 건 맞다.
그러나 속살을 보면 마냥 낙관론을 펴기는 어렵다. OECD는 한국 경제의 각 부문을 후하게 평가하지 않았다. 특히 최근 투자와 고용에 대해 “둔화하고 있다(slowdown in fixed investment and employment)”고 판단했다. 국내 수요 역시 “부진하다(sluggish domestic demand)”고 했다. 그나마 수출 정도만 “탄탄하다(has remained robust)”고 봤다.
OECD의 한국 보고서에 여러번 나오는 말이 있다. 바로 ‘재정 확대(fiscal stimulus)’다. 경기 둔화에 맞서 정부가 재정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OECD는 그러면서 “완화적인 거시정책은 구조개혁을 동반해야 한다”고 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간 생산성 격차를 줄이는 개혁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대표적이다. 과당 경쟁 중인 영세 서비스업(주로 자영업)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현대경제연구원 추정에 따르면 제조업 노동생산성은 2004~2018년 사이 연평균 4.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서비스업의 경우 1.2%에 그쳤다. 다만 저생산성 서비스업은 고용유발 효과가 높다. 고용 쇼크에 직면한 정부 입장에서는 난제 중 난제인 셈이다. OECD는 또 소득 주도 성장의 상징인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는 “고용과 성장을 위축시켰다(damp employment and output growth)”며 속도조절을 권유했다. “기업가정신을 고취시키는 정책(policies to promote entrepreneurship)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아주 괜찮은 성적”이라는 구리아 사무총장의 평가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꺼림칙한 이유다.
다수 기관들 “기업투자 더 하강”
OECD가 내년 한국의 성장률이 올해보다 나아질 것으로 보는 거의 유일한 기관이라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국제통화기금(IMF)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6%다. 올해(2.8%)보다 0.2%포인트 낮다. 국내 주요 기관들도 내년 성장률을 2% 초중반대로 점치고 있다.
OECD는 내후년 총고정자본형성(기업 투자) 증가율이 2.1%로 반등할 것으로 봤는데, 국내 한 연구기관 인사는 “반도체를 제외하면 투자는 더 하강할 것”이라며 다른 의견을 냈다.
文 “물 들어왔다”…업계 시큰둥
청와대의 경제 낙관론은 이번만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자동차 등 제조업 회복세를 언급하며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을 인용했다.
이 역시 통계 자체는 맞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자료를 보면, 올해 8~10월 자동차 생산량은 97만37대다. 전년 동기 대비 6.4%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를 통틀어보면 지난해보다 4.8% 줄었다. 반짝 성장인지, 기조적 상승인지, 아직 판단은 이르다. 앞서 경제학계 일각에서는 ‘자동차발(發) 위기론’까지 거론됐다. 그 정도로 업계 상황은 좋지 않다는 게 냉정한 진단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그저 응원의 메시지로 들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의 한 세미나 발언도 도마에 올랐던 적이 있다. 그는 “모든 것을 위기라고 하면서 개혁의 싹을 미리 자르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고 했고, 곧바로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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