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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박경민 "해경혁신 79개 과제 추진..모두 뜯어 고칠 것"

최훈길 기자I 2018.05.09 05:00:00

문재인정부 첫 해양경찰청장
재조해경 5개년 계획 추진.."지휘부부터 혹한기 훈련"
영흥도 사고 후 전직원 스쿠버 교육, 출동시간 목표제
8월까지 신고 시스템 전면 개선, 해경법 만들어 대비
"임기 중 목표는 국민 눈높이 맞는 해경 만드는 것"

박경민 해양경찰청장. △1963년 전남 무안 △목포고 △경찰대학교 법학과 졸업 △경찰청 생활안전과장 △광주경찰청 차장 △서울경찰청 보안부장 △경찰청 대변인 △중앙경찰학교장 △전남경찰청장 △15대 해경청장 [사진=해양경찰청]
[대담=이데일리 선상원 정경부장, 정리=이진철 최훈길 기자] 문재인정부 첫 해양경찰청장인 박경민(55) 청장의 올해 화두는 ‘혁신’이다. 박 청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해양경찰을 처음부터 모두 뜯어 고친다는 각오”라며 올해를 ‘해경 혁신 원년의 해’로 정했다. 경찰청 대변인을 맡는 등 32년 간 경찰과 동고동락해 온 그가 이번에는 해경을 변화시키는 중책을 맡은 것이다. 앞서 해경은 해체된 지 2년8개월 만인 지난해 7월26일 해양수산부 산하 독립 외청으로 부활했다. 박 청장은 7월27일 취임식에서 “해양 안전 때문에 더는 눈물 흘리는 국민이 없도록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 9개월은 가시밭길이었다. 박 청장도 “밖에서 본 해경과 안에서 본 해경이 너무도 달랐다”며 “바다는 낭만이 아니라 전쟁터”라고 말했다. 지난해 391흥진호 나포, 영흥도 낚시어선 전복 등 문재인정부 첫 해에 유난히도 해양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급기야 박 청장은 추자도 어선 전복사고로 올해 1월 1일을 상황실에서 맞았다. 박 청장은 “현장에서 배운다”는 자세로 뛰었다. 그는 울릉도 인근 대화퇴 해역, 추자도 등 사고 현장을 꼭 찾았다. 문제가 무엇인지, 개선됐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다. 올해 1월에는 산소통을 메고 부산 바다에 뛰어들었다. 지휘부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혹한기 수중 훈련에 참여한 것이다. 이런 행보 때문에 ‘육경 출신이라 현장을 모른다’는 비판은 쏙 들어갔다.

‘재조(再造)·해경 5개년 계획’을 담은 혁신 로드맵도 마련했다. 5대 목표, 26개 전략과제, 79개 세부이행과제로 구성됐다. 이어 △남북·북미정상회담 이후 서해평화수역 대책(5~6월 이후) △다자·다목적 해상합동훈련(MMEX·6월) △인천으로 해경청사 이전(9월 전후) △세월호 백서 발간(9월10일)도 추진한다. 박 청장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볼 때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다”며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혹한기 훈련 참여..지휘부부터 모범 보여야”

박경민 해양경찰청장(빨간색 잠수복)이 지난 1월13일 부산 태종대 인근 해상에서 혹한기 수중 훈련에 참여했다. 박 청장은 “해경 전 직원이 스쿠버 교육을 받도록 했다”며 “지휘부가 먼저 본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지휘부가 먼저 스쿠버 자격을 취득했다”고 말했다.[사진=해양경찰청]
-밖에서 본 해경과 안에서 본 해경 비교하면?

△바다는 절대 가볍게 봐선 안 되는 곳이다. 육지는 정적인데 반해 바다는 변화무쌍하다. 그만큼 즉각적 판단에 따른 조치를 하기 어렵다. 그래서 취임 직후부터 무엇보다 현장을 이해하려고 했다. 해경 뉴비전에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안전한 바다’로 목표를 설정했다.

-세월호 이전과 이후 해경을 비교하자면?

△세월호 당시 해경에는 제대로 된 구조대가 없었다. 그래서 해군과 민간 구조대의 도움을 받았다. 이후 부산에 심해 구조가 가능한 중앙해양특수구조단을 만들었다. 이후 구조대를 늘리고 인력을 확충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그런데 지난해 영흥도 낚시어선 사고 때 늑장출동 논란이 일었다.

△당시에 해경 전용 계류장이 없어서 출동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현장에 최초로 도착한 파출소 구조정에는 잠수가 가능한 인력이 없었다. 해경 정원 약 1만2500명(의경 약 2500명) 중 전문 구조인력은 700명(5.6%) 정도다. 한 파출소 정원이 10명 이하인 곳도 많다. (육지)경찰은 4교대를 하지만 해경은 2~3교대도 버겁다.

-인력 충원, 계류장 확충은?

△국정 5개년 계획에 3000명 증원 공약이 반영됐다. 금년에 추가로 증원되는 인력이 540명 정도다. 공약대로 가면 해경 역사에서 큰 변화가 올 것이다. 다만 지난 해 국회 심의를 거치면서 증원 규모가 줄어들었다. 현재는 95개 파출소 중 (보트를 정박시킬) 전용 계류시설이 23개소뿐이다. 올해 12개소를 설치하고 2019~2020년에 60개소를 확충하려고 한다.

-신고 시스템 문제는?

△영흥도 사고 당시 육경이 112로 접수된 신고를 해경으로 바로 연결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신고자가 사고 내용을 되풀이 해 얘기해야 했다. 경찰에 해당 경찰관에 대한 징계를 하도록 공식 통보했다. 또 긴급신고를 5개 지방해경청으로 통합하는 통합 신고접수 체계를 8월까지 구축하려고 한다. 접수요원 60명을 선발해 신속한 상황처리를 하도록 훈련 중이다.

◇영흥도 사고 후 ‘출동시간 목표제’ 시행

해양경찰청 대원들이 작년 12월3일 오전 인천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전복된 낚싯배에 타고 있던 실종자들을 수색했다. 전복사고로 승선원 22명 중 15명이 숨졌다.[사진=연합뉴스]
-재조해경 5개년 계획도 추진한다.

△재조해경은 해양경찰을 처음부터 다시 뜯어 고친다는 뜻이다. 5대 목표는 ①탄탄한 해경 ②든든한 안전 ③당당한 주권 ④공정한 치안 ⑤깨끗한 바다다. 3대 핵심전략은 ①인적 역량개선 ②내부 시스템·프로세스 개선 ③대·내외 소통 능력 향상이다. 늑장출동이 없도록 출동시간 목표제, 도착시간 관리제를 지난 1월부터 시행 중이다. 전 직원이 스쿠버 교육을 받도록 해 수중구조 능력을 갖추도록 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서해평화수역 준비는?

△제일 안타까운 게 중국어선이 한강 하구 중립수역까지 들어와 조개를 싹쓸이하는 것이다. 남북을 넘나드는 일명 ‘줄타기 조업’을 하며 우리 어자원을 불법으로 어획하고 있다. 평화수역이 되면 이 좋은 수산자원을 불법 외국어선에 뺏기지 않게 될 것이다.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사라져 안전한 조업이 보장된다. 이번에는 꼭 성사됐으면 한다. 다만 UN 안보리 대북 제재 해제, 남북 군사당국 간 해상분쟁 방지, 수산당국의 구체적인 이행 방안이 선행돼야 한다.

-서해 NLL, 독도, 이어도 등 영토수호는 어떻게 대응 중?

△서해 NLL(작년 8월11~12일), 독도(작년 8월19~20일, 11월20일~22일), 이어도(9월28~29일, 12월26~27일) 해역을 둘러봤다. 성어기(4~5월, 10~12월)에는 하루최대 1000여척의 중국 어선이 우리 해역 주변에서 조업을 한다. 지난 달 서해 5도 특별경비단 창설 이후 중국 불법조업이 많이 없어졌지만 좀 더 봐야 한다. 독도에는 지난해 80회 일본 관공선이, 이어도에는 8회 중국 관공선이 출현했다.

-함정이나 헬기는 충분한가?

△동·서·남해에 1000t 이상 해경함정이 35척 배치돼 있다. 3000t급은 12척, 5000t급은 2척이다. 인력이 부족해 3분의 1정도인 12척만 떠 있다. 동·서·남해의 넓은 바다에 각각 3~4척 정도만 떠 있는 것이다. 5개 지방해경청 아래 19개 해양경찰서가 있는데 헬기는 18대뿐이다. 해경 업무는 장비가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인력·장비·예산이 많이 부족하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해경 만들겠다”
박경민 해양경찰청장이 지난해 8월5일 오후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고속단정을 타고 해운대 연안해역 안전을 점검했다. 박 청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2018년을 ‘해양경찰 혁신 원년의 해’로 정하고 우리가 가진 모든 역량을 집중해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사진=해양경찰청]
-임기 중 꼭 이루고 싶은 점?

△경찰청장(임기 2년)과 달리 해경청장은 임기가 없다. 그래도 맡은 바 직무를 수행하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해경을 만들고 싶다. 세월호 때를 봐도 국민 입장에선 해경이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으로 느끼고 있다. 정부 입법으로 해양경찰청법도 만들어 강인하고 든든한 조직으로 거듭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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