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누구나 이런 간단한 텍스트만으로 인공지능(AI)에게 그림을 그리게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그런데 이렇게 만들어진 이미지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을까. 이 질문에 김원오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해법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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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다른 시각…국제 판결 엇갈려
김 교수에 따르면 현재 AI 창작물의 저작권 문제는 국가마다 다른 접근법을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정반대의 판결을 내려 주목받고 있다.
미국 저작권청은 2023년 ‘새벽의 자리야(Zarya of the Dawn)’라는 그래픽 노블의 AI 생성 이미지 부분에 대한 저작권 등록을 취소했다. 저작권청은 신청인이 1500개의 프롬프트를 작성했음에도 ‘최종 생성되는 이미지를 제어할 수 없었다’는 이유로 “프롬프트 작성자를 생성된 이미지의 저작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중국 베이징 인터넷 법원은 2023년 ‘리 대 류(Li v. Liu)’ 사건에서 AI 생성 이미지의 저작물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해당 법원은 “AI 소프트웨어가 하는 역할은 인간을 대신해 선을 그리고 색을 입히는 것”이라며 사용자가 매개변수를 선택하고 프롬프트를 입력한 과정에 창작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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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법적 불확실성은 이미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에서는 AI로 만든 웹툰 표지 그림을 둘러싼 논란이 일었고, 헐리우드에서는 배우와 작가들이 AI 사용에 반발해 63년 만에 동반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김원오 교수는 “생성형 AI가 멀티모달로 진화함에 따라 동영상, 영화제작이 손쉽게 이뤄지고 가수의 목소리를 흉내낸 AI 커버곡 음반제작도 쉬워졌다”며 “이로써 가수와 영화인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딥페이크 문제와 AI 커버곡 문제가 심각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롬프트, 단순 명령어가 아닌 ‘창작의 도구’로 봐야
김 교수는 프롬프트를 단순한 아이디어 제시나 명령어가 아닌, 사진 촬영이나 CAD(컴퓨터 기반 설계) 편집처럼 기술 발전에 따라 등장한 새로운 창작 기법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는 “미국 연방 대법원은 1884년 이후로 사진작가가 카메라를 이용했다고 하더라도 구성, 배열, 조도와 같은 창의적인 요소에 대해 작가가 직접 결정을 내린 경우라면 해당 사진은 저작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며 “마찬가지로 프롬프트 입력행위도 생성형 AI 기술발전에 따라 이를 창작도구로 활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새롭게 등장한 창작도구의 성격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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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 저작권청이 제시하는 ‘창작적 제어’와 ‘예측가능성’ 기준에 대해 김 교수는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으며 기존의 창작과정에서도 확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신 그는 “창작의 기여도 판단의 비중을 창작주체로 인정받기 어려운 AI에 두지 말고 그 프롬프트 사용자에 두는 관점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프롬프트 사용자는 1차 생성물을 보고 수정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간다. 김 교수는 이 과정이 ‘구상, 프롬프팅, 생성, 다듬기, 재배치의 연속으로 이뤄지는 창작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프롬프팅 재평가 필요…관점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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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AI 창작물에 대한 법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프롬프트와 AI 모델의 창작도구성을 인정해 프롬프팅을 통한 저작물 생성주체로서 생성형 AI 사용자에게 저작자의 지위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도 사진작가 개입 인정해 저작권 보호
김 교수의 제안은 저작권법의 역사적 진화 과정과도 맞닿아 있다. 사진이 등장했을 때도 초기에는 저작물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결국 사진작가의 창작적 결정과 개입을 인정하면서 저작권 보호를 받게 됐다.
마찬가지로 AI 생성물도 프롬프트 사용자의 창작적 기여를 중심으로 재평가한다면, 기술 발전과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저작권 패러다임이 형성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교수는 “프롬프팅을 통한 인간의 지적 노력의 최종 산출물에 대한 창작적 기여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도 결국 프롬프트와 AI 모델의 결과물 생성행위 간의 상관관계에 대한 해석에서 비롯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