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본고장 유럽에서 누구보다 바쁘게 활동 중인 한국 대표 베이스 연광철(59)이 자신의 음악 인생을 조명하는 무대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선보인다. 예술의전당 기획공연 ‘보컬 마스터 시리즈’ 두 번째 주인공으로 오는 26일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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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충주 출신인 연광철은 2018년 독일 주정부에서 성악가에게 내리는 최고의 영예인 ‘궁정가수’(캄머쟁어·Kammersaenger)의 칭호를 받은 ‘세계 최고’ 베이스다. 1993년 파리에서 열린 국제 플라시도 도밍고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1994년 베를린 국립 오페라 극장(베를린 슈타츠오퍼) 솔리스트로 활동하며 30년간 유럽 유수의 오페라 극장에서 활약해왔다.
동양에서 온 성악가가 유럽 무대에서 쉼 없이 활동한 것은 대단한 업적이다. 그러나 연광철은 “30년은 10년짜리 캘린더 노트 3권에 불과한 길지 않은 세월이었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성악가는 보통은 2~3년, 길게는 10년까지 공연 계획이 정해집니다. ‘30년’은 대단한 의미가 있는 것은 맞지만, 저에게는 정말 빨리 지나갔어요. 30년 전 오페라 가수로 출발했을 때의 마음가짐 그대로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공연에서 연광철은 오페라 가수로서 자신의 음악 인생을 대표하는 모차르트, 베르디, 바그너의 오페라 아리아를 들려준다. 베르디의 ‘시몬 보카네그라’와 ‘돈 카를로’, 바그너의 ‘파르지팔’ 등 국내에선 쉽게 접하기 어려운 오페라 아리아를 연광철의 목소리로 만날 수 있다.
이 중 바그너는 연광철의 ‘전공 분야’와 같다. 1996년 독일의 세계적인 음악 축제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 데뷔한 연광철은 이후 ‘라인의 황금’, ‘발퀴레’, ‘탄호이저’ 등 바그너 오페라로 이 축제에서 150회 넘게 공연하며 바그너 팬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 연광철은 “한국 정서에는 ‘나비부인’, ‘투란도트’처럼 감정이 잘 드러나는 오페라가 친숙하지만, 바그너 오페라는 설명적인데다 무엇보다 길어서 한국에 잘 소개되지 못했다”며 “처음엔 지루하지만, 그 지루함 속에 가슴 깊이 다가오는 충격이 있다는 점이 바그너 오페라의 매력이다”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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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악 전공자들이 크로스오버 음악으로 진로를 바꾸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도 나타냈다. 연광철은 “성악 전공자들이 크로스오버 음악을 하는 것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지만, 크로스오버 음악을 하는 것을 마치 성악 예술의 끝인 것처럼 이야기하거나, 크로스오버로 전향한 이들이 성악을 전공한 자신의 이력을 깎아내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