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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도 최저임금 차등적용 못 해…노동계 “1만2210원 달라”

최정훈 기자I 2023.06.24 08:30:00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적용 부결…심의 막바지로
경영계, 숙박음식점·체인화 편의점·택시업 차등 주장했지만
사회적 합의·파장 분석 부족 우려한 전문가 설득 못 해
노동계 “내년 최저임금 1만2210원 요구”…경영계 “문 닫으란 소리”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내년에도 최저임금은 업종별로 구분해서 적용하지 않고 단일하게 적용된다. 경영계는 임금 지불능력이 떨어지는 숙박음식업과 체인화 편의점업, 택시업종의 최저임금을 차등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사회적 합의와 파장에 대한 분석이 부족하다는 전문가들을 설득하지 못했다.

이제는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 심의만 남겨두고 있다.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1만2210원을 요구할 방침이다. 경영계는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모두 문 닫으란 소리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22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7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가 최저임금 구분적용 필요성을 강조하며 손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오른쪽은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사진=연합뉴스)
◇내년에도 최저임금 모두 똑같이…경영계 “무력감 느껴”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7차 전원회의에서 내년에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구분할지를 놓고 투표한 결과 반대 15표, 찬성 11표로 부결했다.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적용은 현행 최저임금법에 근거는 있지만 1988년 이후 한 번도 도입된 적 없다.

당시 최임위는 벌어진 임금 격차를 고려해 음료품·가구·인쇄출판 등 16개 고임금 업종에는 시급 487.5원, 식료품·섬유의복·전자기기 등 12개 저임금 업종에는 시급 462.5원을 적용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업종별 구분적용은 화두가 됐다. 윤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최저임금이 지역이나 업종에 따라 차등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업종별 구분적용을 위한 연구가 시작됐고, 올해 심의에 연구용역 결과가 활용되면서 경영계를 중심으로 구분적용 도입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경영계는 일부 업종에 최저임금 구분적용을 시범운영 해본 뒤 단계적으로 확대하자고 주장했다. 시범운영 업종으로 제안한 곳은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받는 근로자의 비율을 뜻하는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은 음식숙박업·프랜차이즈 편의점·택시운송업 등 3곳이다. 경영계는 또 음식숙박업 중 그나마 형편이 괜찮은 호텔업, 휴양콘도, 기관 구내식당업은 구분적용 대상에서 제외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하면, 해당 업종에 구인난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또 음식숙박업과 편의점 등은 여성이 많이 일하는 업종이라 성별 임금 격차가 심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 공익위원은 구분적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구분적용 이후 영향이나 파장에 대한 분석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근로자위원들과 사용자위원들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에서 공익위원을 설득하지 못하면서 구분적용은 부결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부결 직후 낸 입장문에서 “합리적 기준에 대한 고려와 일률적 시행에 따른 부작용 등을 고민한 끝에 제시했는데도 또다시 단일 최저임금을 적용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허탈감과 무력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22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7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오른쪽)이 최저임금 인상 필요성의 문구가 담긴 손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은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사진=연합뉴스)
◇노동계 “내년 최저임금 1만2210원”…경영계 “문 닫으란 소리”

업종별 구분적용 논의가 마무리되면서 최저임금 수준 논의만 남겨두고 있다. 최저임금 심의는 노동계와 경영계가 제출한 최초 요구안을 놓고 그 격차를 좁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노동계는 이날 내년도 최저임금의 최초요구안으로 시간당 1만2210원을 제시할 것이라 발표했다. 월급으로 환산한 금액(월 노동시간 209시간 적용)은 255만1890원이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시급 9620원·월급 201만580원)보다 26.9% 많다.

근로자위원들은 인상의 근거로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내수 소비 활성화 △노동자 가구 생계비 반영을 통한 최저임금 인상 현실화 △악화하는 임금 불평등 해소 △산입 범위 확대로 인한 최저임금 노동자 실질임금 감소 등을 들었다.

근로자위원들은 “최저임금 제도의 근본 취지, 최저임금 노동자의 가구원 수 분포, 국제기구 권고, 최저임금위 제도 개선위원회 의견 등을 고려하면 가구 생계비가 최저임금 결정의 핵심 기준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용자위원 측은 아직 최초요구안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노동계의 최초요구안에 대해선 유감을 표했다. 류기정 경총 전무는 모두발언에서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절박한 현실은 외면한 채 26.9% 인상하라는 것은 모두 문 닫으라는 말과 똑같다”고 강조했다.

류 전무는 이어 “올해 최저임금은 9620원이지만, 주휴수당까지 고려하면 이미 1만1500원을 넘어섰다”며 “여기에 5대 사회보험과 퇴직급여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고려하면 최저임금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 대부분은 최저임금의 약 140%에 달하는 인건비를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법정 심의기한은 오는 29일까지다. 다만 업종별 구분적용 논의가 길어지며 심의기한을 지킬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최임위는 법정 심의기한을 지켰지만, 심의 역사상 법정 심의기한을 지킨 건 9차례에 불과하고, 7월 중순까지 미뤄지곤 한다. 다음 전원회의는 오는 27일 예정되어 있다.

최저임금 986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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