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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아열대화로 인한 농작물 경작의 변화는 이미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의 대표 재배 과일 사과의 경우 강원도 노지 사과 재배 면적이 2007년 114㏊(1㏊=1만㎡)에서 올해 1610㏊까지 14배 이상 빠르게 늘었다. 기온 상승으로 재배지가 갈수록 북상하면서다.
김명현 국립농업과학원 박사는 “기온 상승에 따라 사과나 배 같은 작물의 개화 시기도 빨라지고 있고 과수 품질 저하와 재배지 북상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며 “기온 1도 상승하면 농작물 재배한계선이 81km 북상하고 고도는 154m 상승하는데 사과나 배의 재배면적은 2090년경 강원도 일부를 제외하곤 국내 재배가 현저히 감소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엔 국제기후변화위원회(UN IPCC) 보고서에서도 사과가 2100년에는 한반도 백두대간 일부 지역에서만 자라는 작물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과와 배 등 과수업은 묘목을 심고 나무를 키워 열매를 재배하고 특산품으로 자리 잡기까지 상대적으로 초기에 많은 경작 비용과 수년간의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따른 재배지 변화는 농가 입장에서 큰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인삼 같은 다년생 작물은 이상 기후로 피해가 발생하면 그 피해가 수년간 이어지기 때문에 1년생 작물에 비해 리스크가 더욱 크다. 실제 과거 2012~2013년 당시 국내 인삼 재배지에 기록적인 태풍과 폭우, 폭염이 이어지면서 인삼의 뿌리가 썩고 잎줄기가 말라 생산량이 감소해 한동안 시세가 25%가량 급등하기도 했다.
이 밖에 전반적 농업 분야를 두고 기후변화에 따른 리스크가 존재한다. 국립농업과학원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따른 쌀 생산성은 평년(1981~2010년) 대비 2050년 26.5% 감소를 전망한다. 닭의 경우 22.2도 기준 산란수에 비해 32도에서는 13%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박사는 “기온 상승으로 쌀은 단백질 함량이 증가하고 낱알 무게가 감소하며 미질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며 “가축은 고온 스트레스가 증가하면서 닭의 생산성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고, 젖소는 열대야 기간 중 우유생산량이 8.5%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빨라지는 기후변화로 ‘식량 위기’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기후 침묵’을 깨고 농업 리스크를 적극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상훈 국립생태원 기후변화연구팀장은 “‘기후변화는 재앙’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정부의 단순한 영향 평가를 넘어 안정적 예산 확보를 통한 기후변화 감시체계 구축 등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