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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브라질을 한 번 보세요. 연금 개혁을 미루고 미뤘을 때의 모습이지요. 남 얘기가 아닙니다. (만성 적자인) 공무원연금 등의 개혁은 빠를수록 좋습니다.”
김병덕(58) 한국연금학회장(금융연구원 보험·연금센터장)은 지난 27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대뜸 브라질을 언급했다. 향후 공적연금(국민연금·공무원연금·군인연금·사학연금) 개혁의 방향성을 묻자, 요즘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돼 있는 브라질을 입에 올렸다.
브라질은 연간 국가 예산의 33% 이상을 연금 지출로 쓸 정도로 재정 압박이 심하다. 자이르 보우소나르 브라질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연금을 개혁하겠다고 공언했던 이유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다 보니, 사회적인 혼란은 갈수록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브라질을 보면 공적연금 개혁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어요. 정권의 명운과 직결돼 있지요. 언제 터져도 터질 화약고라는 건 누구나 아는데, 직역 집단에 속한 기득권의 저항이 크니 건드릴 수가 없는 것이지요. 문재인정부도 제대로 시작을 못했잖아요.”
김 회장은 그럼에도 “한국의 공적연금 개혁이 빠를수록 좋다는 연구는 차고 넘친다”며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이미 재정적자가 너무 크고 사학연금도 앞으로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국회 예산정책처 등에 따르면 공무원연금은 2015년 개혁 이후에도 매년 1조원 이상 적자를 냈다. 문재인정부는 국민연금 개혁을 시도했다가 지금은 흐지부지 됐고, 특수직역연금(공무원연금·군인연금·사학연금)은 거론도 하지 않고 있다.
그는 “공적연금의 추가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라며 “새로 공무원이 될 사람의 연금은 단계적으로 국민연금과 통합하는 식으로 공론화를 하고, 이후 정치적으로 결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과거처럼 한두차례 더 모수개혁(공적연금의 틀을 그대로 둔 채 지급률과 기여율을 일부 조정하는 방식)을 했다가 재정 압박을 견디지 못했을 때 브라질처럼 할지, 아니면 사전적으로 국민적 컨센서스를 모아서 할지는 선택의 문제”라고 했다.
그는 “공적연금 개혁은 ‘공시족’처럼 안정적인 공무원을 선호하는 사회 구조의 개편과도 맞물린 큰 주제”라며 “그런 내용까지 염두에 두고 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