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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세월은 사라져도 기와는 남는다

김용운 기자I 2015.11.16 06:15:10

''돌아온 와전 이우치 컬렉션'' 전
일본인 의사가 기증한 고구려기와 등
삼국~조선시대 와전 165점 전시
종로구 부암동 유금와당박물관서
내년 7월16일까지

고구려에서 제작한 것으로 추정하는 ‘귀면문(도깨비열굴무늬) 마루끝기와’. 평양 청암리 절터에서 출토했다(사진=유금와당박물관).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기와는 단순히 건축물의 지붕을 만들기 위해 쓰인 건축자재가 아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당대의 문화와 예술을 집약한 문화재다.”

흙을 구워 만든 기와는 불과 100여년 전까지만 해도 건축물을 짓는 데 꼭 필요한 자재였다. 특히 궁궐이나 관청 등의 건물에는 기와로 인 지붕이 필수였다. 민간에서도 양반이나 귀족만이 기와로 지은 집에서 살 수 있었다. 그러나 근대화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기와의 명맥이 사실상 끊어졌다. 전통기와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기와를 제작하는 장인도 사라졌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이가 있었으니 역설적이게도 일본인이었다.

내년 7월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부암동 유금와당박물관에서 ‘돌아온 와전 이우치 컬렉션’ 전이 열린다. ‘와전’(瓦塼)은 기와와 벽돌을 뜻하는 한자다. 이번 ‘이우치 컬렉션’ 전에는 고구려에서 제작한 것으로 추정하는 평양 청암리 절터의 ‘도깨비얼굴무늬(귀면문) 마루끝기와’와 평양 안학궁에서 출토한 ‘연화문수막새’를 비롯해 백제와 신라, 고려와 조선에 이르는 기와와 전돌 등 165점을 볼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유창종 유금와당박물관장은 “일제강점기 근대 건축물이 지어지는 과정에서 기와로 만든 건물이 많이 훼손됐다”며 “이 과정에서 기와의 문화재적 가치를 알아본 일본인 수집가들이 와전을 많이 모았다”고 말했다.

‘이우치 컬렉션’은 일본 효고현의 아카시시에서 살았던 내과의사 이우치 이사오(1911~1992)가 평생 수집한 한국의 와전을 뜻한다. 이우치는 자비를 들여 1981년 자신이 수집한 한국 와전 중 2229점을 선정해 ‘조선와전도보’를 출간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1987년에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조선와전도보’에 수록한 와전 중 1082점을 기증했다. 이에 2005년 당시 변호사였던 유창종 관장은 나머지 절반을 포함한 1296점을 이우치의 유족으로부터 인수해 유금와당박물관을 세웠고 ‘이우치 컬렉션’의 대부분이 한국으로 돌아오게 됐다.

이번 전시는 유금와당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이우치 컬렉션’ 가운데 그간 일반에 거의 공개하지 않았던 주요 와전을 선보인다. 특히 고구려의 와전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도 보기 어려운 귀한 유물로 꼽힌다.

전시와 함께 국외소재문화재단은 ‘돌아온 문화재 총서’의 세 번째 단행본으로 ‘돌아온 와전 이우치 컬랙션’(사회평론)을 출간했다. 책에는 전시에 나온 와전을 비롯해 약 2300점의 전통와전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담았다. 안휘준 국외소재문화재단 이사장은 “‘이우치 컬렉션’은 개인의 선의에 의한 기증과 민간의 노력에 의한 환수가 어우러진 모범사례”라며 “와전은 한·중·일 3국의 개성이 또렷하게 나타나는 문화재로 특히 우리나라의 독창적인 예술성을 확인할 수 있어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고구려에서 제작한 것으로 추정하는 ‘연화문수막새’. 평양 안학궁에서 발견했다(사진=유금와당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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