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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블루 아프리카’서 4조원을 길어올리다

박종오 기자I 2013.04.22 07:31:00

중동건설 과열에 아프리카 신시장 개척
대우의 '+a'..바닥부터 추진한 현지화 전략
아프리카 역대 수주중 34%차지 "지배력 강화할것"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아프리카 건설시장은 문턱이 높습니다. 일례로 한국의 4배 넓이인 나이지리아에는 서로 다른 부족이 250여개 이상 모여 있어요. 송유관 하나를 설치해도 말과 문화가 다른 부족들을 수없이 상대해야 합니다. 오랜 경험과 네트워크가 없다면 진출은 엄두조차 낼 수 없죠.” (해외건설협회 관계자)

유가가 들썩이면 해외 건설시장에는 호황이 찾아온다. 외부에서 중동 지역으로 유입된 오일머니가 사회기반시설(SOC)과 플랜트 등 현지 건설공사 수요로 이어져서다.

그 호황을 믿고 국내 건설사들이 중동 땅을 밟았다가 저가수주의 역풍을 맞게 된 건 비단 최근만의 일이 아니다. 해외건설 붐이 최초로 일었던 1970년대에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중동 지역은 1974년 석유파동을 계기로 매년 수십억 달러의 신규수주를 안겨주는 시장으로 급부상했다. 삼환기업의 첫 수주(1973년) 이래 먹을거리를 찾던 국내 건설사들의 중동 진출은 줄을 이었다. 자연 해외건설업 면허취득도 크게 늘어났다. 진출 초기인 1976년 76곳이었던 허가기업은 고작 1년 사이 122곳으로 급증세를 보였다.

진출 수가 늘자 같은 공사를 놓고 국내 업체 간의 과당경쟁이 횡행했다. 저가투찰과 덤핑수주에 대해 일찌감치 경고등이 켜졌지만 이런 관행은 중동 건설 경기가 퇴조한 1980년대까지 이어졌다. 1982년 102억 달러로 정점을 찍었던 중동의 신규 발주금액은 1986년 약 8억 달러로 급감했다. 일감을 찾지 못한 국내 건설사들은 결국 줄줄이 문을 닫아야 했다.

◇70년대 중동 아닌 아프리카로…신시장 개척 첫발

해외건설 시장이 중동에 편중될 때 대우건설(옛 대우개발)이 택한 길은 달랐다. 1975년 해외건설업 면허를 취득한 대우건설은 아프리카 대륙으로 눈을 돌렸다. 특히 석유매장량이 풍부한 리비아와 나이지리아를 전략지역으로 선정했다.

▲가리우니스 의과대학(사진 왼쪽)과 우조 비행장 공사 당시 건설현장을 찾은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전인민회의 사무총장(오른쪽) 모습. 카다피의 방문은 양국 국교 정상화의 계기가 됐다.
첫 수주는 1977년 수단의 영빈관 신축공사(2000만 달러)였다. 의미 있는 결실은 1978년 맺을 수 있었다. 대우건설은 리비아의 제2도시 벵가지에서 가리우니스 의과대학 신축공사(1억200만 달러)를 수주했다. 리비아가 미수교국인데다가 북한의 방해까지 있어 당시 최규하 국무총리까지 진출을 불허했지만 수주에 성공해 본격적인 사업 발판을 마련했다.

◇리비아·나이지리아서 선보인 ‘플러스 알파’

아프리카의 건설공사는 여타 해외지역과 다른 ‘플러스 알파(+a)’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로 시설이나 금융 등 공사를 위한 기초적인 기반이 미비한 데다 문화적 장벽이 높고 정세불안 등 기타 요인들도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축적된 경험과 네트워크 없이는 공사수주가 어려운 대표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지금껏 주로 유럽 등 선진국의 건설기업들이 아프리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과거 식민 지배를 통해 쌓은 경험과 언어, 인적 네트워크의 공유가 자원이 돼 건설공사 수주의 동력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우건설의 아프리카 진출사(史)에 이색적인 사연이 많은 건 이런 기반 없이 바닥부터 현장에서 부딪으며 실적을 쌓아올렸기 때문이다.

1979년 리비아 국방성으로부터 수주한 우조 비행장 건설공사는 유명한 일화를 남겼다. 한낮기온이 50도를 웃도는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복판에서 실시해야 했던 난공사였다. 직접 우물을 파고 야영생활을 하며 진입도로 1000㎞를 설치하는 등 1년 간 진행된 공사는 결국 한국과 리비아의 국교 정상화를 위한 주춧돌 역할을 했다.

1982년 1889만 달러짜리 우물공사 수주로 시작된 나이지리아 진출은 오지에서 실시한 공사가 화제가 됐다. 초기 토목, 건축 등 정부 발주공사에 의존했던 대우건설은 수익성 높은 석유플랜트 시장 진출을 희망했다. 실력을 인정받기 위해 택한 게 늪지대의 유전과 석유·가스 처리시설을 잇는 파이프라인 공사였다. 바지선에 현장숙소를 만들어 전원 수상생활을 하며 공사를 진행한 끝에 성공적으로 마친 공사는 1997년 나이지리아에서의 첫 가스플랜트 공사를 수주할 수 있었던 시금석이 됐다.

◇아프리카 누적수주의 34% 차지…“시장지배 강화할 것”

▲2008~2012년 전체 수주실적 중 해외 수주 비중(자료 왼쪽)과 아프리카 지역 수주실적
이처럼 지난 30여 년간 험난한 공사를 마다않고 대우건설이 쌓아올린 경험은 수주고로 연결됐다. 지금까지 아프리카 지역에서 국내 기업이 올린 수주총액(685억 달러) 중 대우건설이 차지하는 몫은 전체의 34%(233억 달러)에 달한다. 국가별로는 리비아 200여건, 나이지리아 52건, 알제리 8건 등을 수주했다. 모로코에서도 현재 공사비 10억2300만 달러 규모의 조르프 라스파 발전소 5·6호기 공사가 진행 중이다.

북아프리카 지역은 해외건설 부문을 확대한 최근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약 12억 달러였던 대우건설의 아프리카 지역 수주액은 2011년 20억 달러를 돌파해 지난해엔 43억 달러 가량을 기록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장기간에 걸친 현지화 전략이 문턱 높은 아프리카 시장에서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진 것”이라며 “시장 다변화를 위해 향후 이남 지역으로까지 진출을 확대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작년 대우건설의 전체 해외수주액(6조3612억원) 중 북아프리카 비중은 76%(4조8258억원)까지 상승했다. 과거에 그랬듯 중동 중심의 해외건설 시장에서 탈피해 사하라 이남까지 아우르며 이미 선점한 ‘블루 아프리카’에서 시장지배력을 강화한다는 게 대우건설의 방침이다.

▲모로코 ‘조르프 라스파 석탄화력발전소’ 전경 (사진제공=대우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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