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 리뷰
모던테이블 신작 ''메디타''
물·새소리… 자연의 울림 속
아지랑이처럼 피어나는 몸짓
관객에 휴식 같은 무대 선사
| 모던테이블 ‘메디타’의 한 장면(사진=김하영 사진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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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라 춤비평가] 10년째 한강공원에서 ‘멍때리기 대회’가 열리고 있다. 뇌를 쉬게 하는 일이 이벤트가 될 만큼 과도한 경쟁과 관계에서 벗어나려는 새로운 스트레스 해소 퍼포먼스다. 이처럼 누군가는 복잡한 세상에서 스스로 멈춤을 선언하며 소진된 힘을 얻기도 하고, 예술의 힘을 통해 몸과 마음을 충전하기도 한다. 현대예술이나 컨템퍼러리 댄스를 관람하는 일은 상당히 에너지가 요구되는 행위다. 보석 같은 의미를 찾는 수고가 예술의 묘미라지만, 가끔은 관객을 편안하게 해주는 (멍때리고 싶은) 작품이 그리울 때가 있다. 김재덕 예술감독이 이끄는 모던테이블의 신작 ‘메디타’(MEDITA, 5월 12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가 바로 그것으로 관객들에게 휴식 같은 무대를 선사했다.
작품은 어떤 장치도 없이 자연의 소리와 움직임으로만 승부를 걸었다. 청량한 새소리와 물소리에 힘입어 자연에 속한 생명체들이 아지랑이 피듯이 살아나는 인상이다. 무용수들의 몸은 구부러진 형상으로 나무를 에워싸듯 자신이 운용 가능한 범위에서 움직인다. 억지로 팔을 뻗지도 높이 뛰지도 않는다. 속도의 완급을 조절하면서도 내적 지향을 보이는 움직임이 한국적인 미감과 맞닿아 있다. 고요함을 유지하면서 역동적인 에너지가 유려하게 흐르는 움직임은 운율이 되어 시가 된다. 춤의 서사가 자발적으로 생성된다. 날아오르려는 천진한 욕망으로, 바닥을 두 발로 내려치거나 무언가를 털어내는 해방감으로 관객은 무용수들의 내적 동기에 동조하게 된다. 무대는 영양분을 제공하는 땅이 되기도 하늘이 되기도 하며, 대자연을 상상하게 했다. 깊게 숨을 쉬며 온몸이 편안해지는 경험을 오랜만에 했다.
| 모던테이블 ‘메디타’의 한 장면(사진=김하영 사진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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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던테이블 ‘메디타’의 한 장면(사진=김하영 사진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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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던테이블 ‘메디타’의 한 장면(사진=김하영 사진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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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테이블은 시의적인 주제를 지향했던 초창기 창작 방식에서 점차 한국적인 색채와 융합한 유쾌한 현대춤을 보여줬다. 반면 신작은 속도와 현란한 테크닉이 아닌 구도(求道)적인 자세로 자연의 일부인 나를 마주하는 과정을 공유했다. 현재를 희생하며 나가는 진취성도, 무언가를 보여주려는 인정욕구도 아닌 ‘지금 여기’에 충실한 모습이었다. 달라진 창작 메소드로 사회와 타자보다 스스로를 돌보는 듯 명상과 결이 닮아 있다. 내적 환희가 가득한 포용성 있는 춤인 ‘메디타’는 관객을 충분히 매료시킬 만했다. 현대예술로 포장되어 공허한 구호를 일삼는 작업이 아니라, 무딘 감각을 깨워 교감하는 춤으로 관객과 한층 가깝게 소통한 점이 고무적이다.
모던테이블은 무용계에서 이례적으로 장기 레퍼토리 공연 ‘다크니스 품바’(30회)로 순수 춤 장르의 대중적 가능성을 증명했다. 김재덕은 싱가포르 T.H.E 댄스 컴퍼니 상임 안무가다. 런던의 더플레이스 극장(‘속도’)을 비롯해 유수의 세계적인 축제에서 한국 컨템퍼러리 댄스의 예술성을 견인한 인재다. 뿐만 아니라 작곡 실력도 뛰어나 국공립 단체에서 전통과 현대음악을 매개하는 작업부터 댄스 필름까지 그의 창작적 스펙트럼이 어디까지인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성취에 안주하지 않고, 춤의 본질을 고민해 돌파하는 김재덕과 모던테이블 무용수들의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