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영국의 기업거버넌스 리서치업체 딜리전트 마켓 인텔리전스의 ‘2024 주주행동주의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는 모두 77건의 행동주의 캠페인이 진행된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 10건에 불과했던 행동주의 캠페인은 2021년 27건, 2022년 49건에 이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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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행동주의 펀드의 시작은 지난 2006년부터 약 6년간 운용된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KCGF)로 꼽힌다. 미국 라자드자산운용의 펀드였지만, 국내 재벌그룹의 지배구조와 경영형태를 비판해온 당시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고문 자격으로 실질적인 운용을 맡으며 ‘장하성 펀드’로 불렸다. 2006년 8월 태광그룹 계열사인 대한화섬 지분 5.15%를 매입한 것을 시작으로 태광그룹과 전면전에 나서며 편입 종목들이 급등하는 등 주목을 받았지만, 잇따른 주주행동 실패와 부진한 수익률로 6년여 만에 청산했다.
이후 국내 행동주의 펀드는 한동안 활동이 부진하다 2018년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계기로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주요 기관 투자자가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지침을 말한다. 같은 해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KCGI가 등장했다. KCGI는 한진칼에 개입해 기업지배구조헌장을 제정하는 등의 성과를 냈고 이후 트러스톤자산운용, 얼라인자산운용, 안다자산운용, 플래시라이트캐피탈 등이 등장했다.
지난 2020년 12월 개정된 감사위원회 분리선출과 최대주주의 의결권 3% 제한 규정으로 행동주의 펀드가 원하는 감사나 감사위원 후보가 선임될 가능성이 커지고, 경영 참여 목적의 사모펀드가 투자 대상 기업 주식을 10% 이상 취득해 6개월 이상 보유해야 하는 의무가 없어진 점도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 확대를 뒷받침했다. 특히 지난해 얼라인자산운용이 SM엔터테인먼트를 대상으로 한 캠페인으로 행동주의 펀드는 일반에게까지 널리 알려졌다.
특히 올해는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주주친화 정책에 힘을 실으면서 주주환원 확대를 명분으로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정부가 선례로 참고하고 있는 일본 역시 정책과 함께 행동주의 펀드들의 활발한 주주제안이 증시 상승을 뒷받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66건 수준이었던 일본의 주주행동주의 캠페인은 2022년 108건, 2023년 103건 수준으로 집계됐다. 딜리전트 마켓 인텔리전스는 “도쿄증권거래소가 주가가 장부가 이하로 거래되는 상장 기업에 대해 조치를 취하기로 한 결정이 행동주의 캠페인의 대상을 선정하는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