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될 노동자도 고려해야”…유럽이 좇는 ESG 新바람

이은정 기자I 2022.10.14 05:20:00

[선진 자본시장을 위한 해법은]…글로벌·유럽편④
유럽, ESG 공시 지침 세분화 CSRD 도입 준비
"영향권 모두 고려한 포괄적 솔루션 개념 등장"
"유럽 운용사 독립적 플랫폼 구성해 의견 표출"

(사진=이미지투데이)
[파리·헤이그=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유럽연합(EU)의 경우 다른 국가들보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정책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시행착오를 겪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ESG 공시 규정 세분화, 정보 통일화, 초기 시행에 따른 부작용 최소화를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국내 상장사들은 ‘ESG=비싼 투자’라며 자본시장의 역사가 긴 주요 선진국의 속도를 따라가기에 버겁다고 토로한다. 금융 당국은 ESG의 원만한 정착을 위한 공시 등 제도적 보완에도 한창이다. 전 세계에서 ‘ESG 선두주자’로 평가되는 유럽도 관련 제반 다듬기에 분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프랑스 파리 본사에서 만난 박청아 금융기업국 기업 지배구조·재무부서 팀장은 유럽의 ESG 동향에 대해 “유럽연합 또한 ESG 관련 통일되지 않은 접근방식, 객관적 비교가 어려운 평가 방법론, 자산배분에 영향에 대한 불확실성을 과제로 여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럽에선 ESG 시행착오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보완이 지속 이뤄지고 있다. 2019년 12월 유럽연합이 발표한 2050년까지 유럽을 기후 중립적인 대륙으로 만들기 위한 행동 전략인 ‘유럽 그린 딜(European Green Deal)’도 한 예다. 상당한 재원이 필요한 만큼 금융 시스템을 통한 장기 자금 조달이 중요한 점을 공식 인정한 셈이다.

한국에서도 화두인 ESG 공시와 관련해선 현재 ‘기업 지속가능성 공시 지침(CSRD)’ 도입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14년 유럽이 채택한 ‘비재무적 정보 공시(NFRD)’를 통해 상장기업(500명 이상 고용)의 지속가능성 정보 공시가 이뤄졌지만, 관련 리스크 정보를 공시해야 한다는 유럽의 규제정책이 2019년 발표됐다. CSRD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차별화된 규제를 적용할 예정이다.

박 팀장은 “이전 지침은 세부 공시 기준이 부족하고, 예로 금융분야에서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활동의 기준이 뚜렷하지 않아 보완 필요성이 제기됐다”며 “CSRD에 대한 작업은 완료돼서 유럽 의회에 적시에 승인되면 기업별로 새 지침 요구사항을 준수하는 첫 보고서를 2024년 발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ESG로 인해 영향을 받을 주주들과, 기업 이해관계자 등을 모두 고려한 ‘저스트 트랜지션(Just Transition)’ 개념도 주목받고 있다. NN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NNIP)의 아드리 하인스브루크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는 “지배구조(G·거버넌스)는 기업 평가에 있어 가장 큰 기초로, 이제 책임투자에서 ESG 중 하나의 요소에 집중하기엔 어려워졌다”며 “예컨대 난방 시스템 가동에 있어 가스를 지속적인 에너지원으로 바꾸면 해고될 수 있는 노동자, 공급자, 관련 산업체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개념”이라고 언급했다.

현지에서 기업 거버넌스 표준, 모범사례 등을 논의·전파하는 독립적 플랫폼도 소개했다. 네덜란드 현지 기업들의 지배구조 관련 협회인 유메디온(Eumedion)은 기업간 인수합병(M&A) 시 지배주주로 인한 영향, 의결권 행사 관련 의견을 나누고 주주를 대신해 목소리를 낸다.

ESG 내재화에 따른 기업 부담에 대해서는 “거버넌스만 봐도 과거에는 투명성과 오너 임원 보수 등과 연관성이 컸지만, 지금은 전체 경영활동, 조직구조, 의사결정 과정과 같은 주제로 확장되면서 사업 영위를 위해 필수적”이라며 “장기적으로 비용이 아닌 투자로 여겨야 하고, 지속가능성을 위해 행동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미래 기업가치와 주가에 부정적”이라고 짚었다.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 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됐습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