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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전날 일부 매체를 통해 보도된 주4일제 공약에 대해서도 “노동시간 단축은 피할 수 없는 대세다. 다만 당장 공약으로 내세우긴 이르다”고 설명했다. 해당 정책에 대해 야권 등에서 비판이 쏟아진 데 대한 대응이다.
이 후보 자신이 당장 내세울 공약은 아니라며 한 발 물러섰으나, 해당 사안들은 곧장 이번 대선 주요 정책 이슈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분위기다. 이 후보가 앞서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해 정부 복지지출 등 미래 경제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이 환기된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더구나 음식점 총량제, 주4일제 역시 이 후보가 강조하고 있는 ‘산업 구조 변화에 따른 현대 복지국가의 경제정책 대응’과 일맥상통하는 주제라 이 후보의 정책상 일관성이 강조되는 효과도 엿보인다.
‘총량제’, ‘주4일’ 등 대중에게 쉽게 소구될 만한 표현으로 논쟁을 유도하는 이 후보의 정치적 판단 자체도 주목할 만하다. 2020년 기준 경제활동인구 2800만명 가운데 임금노동자 2000만명, 자영업자 560만명의 규모를 감안하면, 임금노동자들에게 해당하는 주4일제와 자영업자들에게 해당하는 음식점 총량제로 한국 사회 경제주체 대부분의 의식을 자극할 만한 주제들을 꺼내든 셈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책은 이재명하고 붙을 때”
이같은 ‘여당 후보 이재명’ 중심의 정책 논쟁 분위기에는 야당인 국민의힘 경선이 후보자간 경쟁으로 과열되면서 지엽적인 비방전으로 흐르고 있는 점 역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분위기는 27일 밤 열린 국민의힘 토론회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윤 후보가 자신이 연루된 고발사주 사건과 관련, 손준성 검사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홍 후보에게 질문하자 홍 후보가 노골적으로 “딱하다”며 정책 질의를 요구한 것이다.
대선 후보로서의 정책이 아닌 정치공작을 의심해 야당의 정략적 대응을 묻는 윤 후보 질의에 앞선 토론회들에서 윤 후보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던 원희룡 후보조차 “그걸 저한테 왜 묻는지 모르겠다”고 되물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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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된 질문에도 홍 후보는 “이재명의 정책을 전제로 해서 하는 질문은 답변하지 않겠다”고 고집했다. 야당 후보자 토론회가 여당 후보자의 정책적 관심을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끌려가는 것을 홍 후보가 경계한 것이다.
이처럼 야당 토론회에서 정책 경쟁을 벗어난 신경전, 상호 비방전, 신상 공격이 미디어에 더 주목을 받으면서 후보자들이 자신들의 이념적 노선, 정치색조차 명확하게 드러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이다.
지지율에서 2강 각축을 벌이고 있는 윤 후보와 홍 후보가 노골적으로 ’이재명 잡기‘를 경선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어 최종 후보자가 선출되기 전까지 이같은 추세에 큰 변화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야당도 경선 종료 후 후보자는 물론 당 차원에서 정책을 구체화하고 그 내용을 다듬어 유권자들에게 뚜렷한 인상을 남기는 것이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